‘대통령의 사람들’은 어떻게 바뀌었나… 총선 용도의 인력 차출 이면에 새 인사구도 세우려는 의지 담겨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2·10 개각과 2·13 청와대 개편으로 노무현 정부의 권력지도가 크게 바뀌었다. 청와대의 경우 비서실장, 정책실장, 국가안보보좌관 등 ‘빅3’가 모두 교체됐으며, 내각도 교육부총리와 외교부 장관에 이어 경제부총리까지 굵직한 자리에 모두 새 사람이 들어앉았다. 이로써 1년 전 첫 조각 때의 인선 구도는 거의 무너진 셈이다.
김우식 비서실장, ‘코드 인사’ 탈피
그렇다면 이런 방향으로 변화가 진행된 이유는 무엇일까? ‘총선 올인’ 용도의 인력 차출 이면에, 기존의 사람을 내보내고 새 사람을 고른 논리는 무엇일까?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무렵부터 새로운 인사 구도를 가다듬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사석에서 “당선자 시절에 첫 인사를 할 때는 지방출신 등 신진인사들을 대거 발탁해 새로운 기풍으로 해보려고 했는데 정작 해보니 잘되지 않더라”는 소회를 비쳤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이제는 감이 생겼다. 부처 장악력과 능력 따위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인사를 하려고 한다”며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런 차원에서 이정우 정책실장을 교체한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했으며 문희상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계속 함께 일할지 아니면 다른 방법은 없을지”를 고민한 것으로 여권 관계자는 전했다. 최근 총선출마 인력의 차출 필요성이 본격화하기 이전에 별도의 원려가 작용했음직한 대목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어느 대통령이나 취임 1년이 다가오면 국정을 본격적으로 파악하면서 자신감이 붙게 마련”이라며 “이 과정에서 선거 공신 등 낯익은 얼굴보다는 인재풀을 넓혀 새로운 인물을 써보고 싶은 의욕을 갖게 된 것 아닌가”라고 해석했다. 비서실장이 된 김우식 연세대 전 총장은 이런 맥락에서 새로운 카드임에 분명한 것 같다. 김 실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코드, 비코드를 떠나서 그야말로 인화로써 다 뭉쳐야 한다” “언론과 청와대가 한 가족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코드 인사’를 일삼는다는 정적들의 공격에 시달려온 노 대통령으로서는 단번에 ‘혐의’를 일소해줄 김 총장 카드에 구미가 당겼을 법한 대목이다. 전임 문 실장은 사실 청와대 비서실 좌장으로서 무난하게 조직을 이끌어온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이른바 386 실세들과의 관계, 열린우리당 인사들과의 관계가 두루 원만했으며 동교동계 출신으로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가교를 담당하는 독특한 특장도 지녔다. 매제 이상업씨가 경찰 고위 간부인 경찰대학장에 재직했지만 매제의 승진운동을 꾀했다는 ‘혐의’도 없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문 실장이 대과 없이 직책을 수행한데다, 유임을 강하게 희망한 점으로 미뤄볼 때 그에게 허물이 있었다기보다는 인사권자가 새로운 사람을 원한 게 경질 배경이 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문 실장의 경질은 이정우 정책실장과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과 맥을 같이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이 실장은 대선 때 자문교수를 거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를 지낸 개혁 성향 학자군의 상징성을 지녔다. 10·29 부동산대책을 주도해 부동산값을 안정시킴으로써 참여정부 1년차의 유일한 가시적 업적을 쌓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라 보좌관도 영국 주재대사 시절부터 간간이 노무현 대선후보에게 외교정책 자문을 제공함으로써 범대선공신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각기 사정은 달랐지만 결과적으로는 관료 출신인 박봉흠씨, 다소 낯선 인물인 권진호씨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열린우리당 요구에 ‘항거’한 문 수석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노무현 사람들’의 교체에는 긍정과 부정의 두 측면이 모두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에선 대선 때 천명한 개혁노선에 생소한, 그리고 보수·안정 지향적 인물들이 후임자로 포진함으로써 개혁노선이 흔들리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여권 일각에 존재한다. 반면에 노무현 정부가 인력 운영의 폭을 넓힘으로써 취약한 지지 기반을 넓히는 긍정적 효과가 있으리라는 반론도 만만찮은 상태다.
문재인 민정수석의 퇴진에는 이와 별개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문 수석은 애초 열린우리당쪽의 거듭된 총선 차출 요구에도 불구하고 △불출마 △현직 유임 입장을 고수했으며 노 대통령도 이를 양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쪽에서 ‘순수한’ 차출 요구를 넘어 “청와대에 남아 왕수석 노릇을 계속 하려느냐”(염동연 전 대선후보 정무특보)는 ‘인신공격’까지 쏟아지자 결국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문 수석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열린우리당의 요구에 정면으로 ‘항거’한 모양이 됐다.
문 수석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반면에, 그가 열린우리당 사람들 사이에서 잔뜩 ‘미운 털’이 박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통령의 확고한 검찰 독립 의지를 청와대 차원에서 구체화한 게 문 수석이었으며, 그러다보니 당쪽에선 “검찰 수사 정보를 당쪽에 귀띔해주지 않는다” “당-청 간에 협조가 너무 안 된다”는 등의 불만이 쌓여왔던 것이다. 그러나 문 수석은 나름의 ‘원칙’을 밀고 나가다가 결국 2월13일 개편에서 열린우리당에 대한 ‘항거’를 선택하게 됐다.
문 수석이 사임하면서 정찬용 인사수석은 본인의 희망대로 유임하게 됐다고 한다. 청와대는 애초 문 수석이 유임하는 대신에 역시 열린우리당이 찍어서 차출을 요구한 정찬용 수석을 내보내기로 하고 후임자까지 물색해둔 상황이었는데, 사정이 변경되면서 정 수석이 ‘구제’받은 것으로 여권 관계자는 전했다. 후임 박정규 민정수석은 상대적으로 무색무취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 기용은 조각 단계에 적용됐던 ‘관료집단의 세대교체’ 개념이 시행착오 끝에 수정된 결과로 분석된다. 관가는 1년 전 행정고시 13회인 김진표씨의 경제부총리 기용을 파격적인 발탁인사로 해석했다. 50대의 젊은 대통령에 맞춰 휘하 관료집단도 세대교체를 단행함으로써 새로운 개혁 중심세력을 형성한다는 원려가 엿보이기도 했다. 중·하위 공무원 사회에서 개혁의 동력을 스스로 이끌어낸다는 ‘공무원 개혁 주체세력 형성론’(주니어보드 구성 등)도 같은 의미가 담긴 것이었다.
경제부총리는 ‘검증된 인물’로
그러나 경제팀 수장으로서 김 부총리의 1년간 성적표를 후하게 매기는 전문가는 드문 편이다. 신용불량자 문제, 신용카드사 문제 따위를 능동적으로 처리하지 못했으며, 부동산값 문제도 거품이 늘어날 대로 늘도록 방치하다가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팀에 대책의 주도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범경제부처 내부에서 그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도 드물었다.
이런 가운데 노 대통령은 ‘검증된 인물’로 눈여겨봐두었던 이헌재 부총리에 눈길을 돌린 것으로 관측된다. 노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전임 정부 각료들에 대한 평판 조사에서 이 부총리가 최고 점수를 받은 것을 보고받고 “꼭 쓰고 싶은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국민의 정부 때의 공적자금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니까”라며 기용을 유보해뒀다고 한다.

2월14일 노무현 대통령이 신임 김우식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김 실장 기용은 ‘코드 인사’라는 공격을 피하려는 차원에서 기용된 듯하다.(청와대사진기자단)
그렇다면 이런 방향으로 변화가 진행된 이유는 무엇일까? ‘총선 올인’ 용도의 인력 차출 이면에, 기존의 사람을 내보내고 새 사람을 고른 논리는 무엇일까?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무렵부터 새로운 인사 구도를 가다듬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사석에서 “당선자 시절에 첫 인사를 할 때는 지방출신 등 신진인사들을 대거 발탁해 새로운 기풍으로 해보려고 했는데 정작 해보니 잘되지 않더라”는 소회를 비쳤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이제는 감이 생겼다. 부처 장악력과 능력 따위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인사를 하려고 한다”며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런 차원에서 이정우 정책실장을 교체한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했으며 문희상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계속 함께 일할지 아니면 다른 방법은 없을지”를 고민한 것으로 여권 관계자는 전했다. 최근 총선출마 인력의 차출 필요성이 본격화하기 이전에 별도의 원려가 작용했음직한 대목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어느 대통령이나 취임 1년이 다가오면 국정을 본격적으로 파악하면서 자신감이 붙게 마련”이라며 “이 과정에서 선거 공신 등 낯익은 얼굴보다는 인재풀을 넓혀 새로운 인물을 써보고 싶은 의욕을 갖게 된 것 아닌가”라고 해석했다. 비서실장이 된 김우식 연세대 전 총장은 이런 맥락에서 새로운 카드임에 분명한 것 같다. 김 실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코드, 비코드를 떠나서 그야말로 인화로써 다 뭉쳐야 한다” “언론과 청와대가 한 가족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코드 인사’를 일삼는다는 정적들의 공격에 시달려온 노 대통령으로서는 단번에 ‘혐의’를 일소해줄 김 총장 카드에 구미가 당겼을 법한 대목이다. 전임 문 실장은 사실 청와대 비서실 좌장으로서 무난하게 조직을 이끌어온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이른바 386 실세들과의 관계, 열린우리당 인사들과의 관계가 두루 원만했으며 동교동계 출신으로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가교를 담당하는 독특한 특장도 지녔다. 매제 이상업씨가 경찰 고위 간부인 경찰대학장에 재직했지만 매제의 승진운동을 꾀했다는 ‘혐의’도 없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문 실장이 대과 없이 직책을 수행한데다, 유임을 강하게 희망한 점으로 미뤄볼 때 그에게 허물이 있었다기보다는 인사권자가 새로운 사람을 원한 게 경질 배경이 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문 실장의 경질은 이정우 정책실장과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과 맥을 같이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이 실장은 대선 때 자문교수를 거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를 지낸 개혁 성향 학자군의 상징성을 지녔다. 10·29 부동산대책을 주도해 부동산값을 안정시킴으로써 참여정부 1년차의 유일한 가시적 업적을 쌓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라 보좌관도 영국 주재대사 시절부터 간간이 노무현 대선후보에게 외교정책 자문을 제공함으로써 범대선공신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각기 사정은 달랐지만 결과적으로는 관료 출신인 박봉흠씨, 다소 낯선 인물인 권진호씨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2월14일 문재인 전 민정수석(왼쪽)과 신임 박정규 민정수석이 임명장 수여식이 끝난 뒤 환담하고 있다. 문 전 수석은 열린우리당의 집요한 총선 차출 요구에 시달려왔다.(청와대사진기자단)

이헌재 신임 경제부총리. 노 대통령은 김진표 전 부총리의 ‘성적표’가 좋지 않자, 검증된 인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김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