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식 연세대 총장이 비서실장으로 떠오른 내막… 전문성 · 관리능력 평가 속에 국정운영 변화 예고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청와대 비서실장에 김우식 연세대 총장? 문희상 비서실장의 후임자로 김 총장이 기용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왜 그리고 어떻게 해서 ‘김우식 비서실장’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김우식 비서실장’이 생소하게 들리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김 총장이 노 대통령과 기본적으로 ‘잘 모르는 사이’였다는 점 때문이다. 노 대통령과 김 총장은 살아온 길이 워낙 달랐으며, 최소한 대선 이전까지 서로 일면식이 없었다고 한다. 김만수 전 청와대 보도지원비서관은 “1년 전 당선자 시절 아들 건호씨의 연세대 졸업식에 참석하면서 총장실을 예방한 게 노 대통령이 김 총장과 첫 인사를 나눈 자리였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짧은 인연’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중권·한광옥·박지원씨 등을 비서실장으로 썼다. 비서실장이 수족 노릇을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우선 ‘척하면 무슨 뜻인지를 알아챌’ 가까운 사람, 그 중에서도 정치적 인연이 깊은 사람을 쓰는 게 통례였다. 전윤철·이상주씨 같은 관료형 비서실장도 있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기 후반기의 일이었다. ‘김우식 비서실장’이 생소한 두 번째 이유는, 대학 총장이 청와대 비서실장을 한다는 것도 대통령 비서실장 역사에 신기원을 여는 일이기 때문이다. 비서실장의 업무가 △정무 △민정 △홍보 △인사 △국민참여수석실 등을 관장하는 총괄적 정무보좌 성격이 강하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대학 총장 출신이 한다는 게 ‘어떨지’ 하는 느낌을 준다. 게다가 김 총장은 화공과 교수 출신이다. 또한 전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김 총장이 ‘누구의 비서실장’을 하는 게 ‘격’에 맡는지 하는 의문도 있다. 어쨌든 김 총장은 지난해 2월 노 대통령의 아들 졸업식에서 수인사를 나눈 뒤로 노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쌓아왔다. 우선 참여정부의 첫 조각 때 그는 교육부총리 후보로 검토됐다. 다른 각료들을 대략 확정한 결과 연세대 출신이 한명도 없다는 지적에 따라 그가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이 ‘김우식 기용 반대’ 성명을 내면서 반발해 그의 교육부총리 기용은 무산됐다. 시민단체들은 기여입학제를 앞장서 주장한 그의 신조와 보수성을 문제 삼았다. 김 총장은 지난해 12월 윤덕홍씨의 후임 교육부총리 후보로도 검토됐으나 결론은 안병영 전 장관이 맡게 되었다. 당시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은 “김우식 총장은 기여입학제로 논란을 빚어 발탁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교육정책과 별개로, 그동안 이공계 전문성 차원에서 간간이 노 대통령에게 자문 역할을 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인연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국과학정보기술인협회 공동회장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원장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주)LG-CALTEX GAS 사외이사를 지내는 등 이공계에서 지도적 이력을 갖추고 있다. 즉, 이공계를 육성해 2만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노 대통령의 비전과 나름대로 코드가 맞는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이 비서실장 후보로 부상한 데는 청와대에 포진한 연세대 인맥의 역할도 컸다고 한다. 김 총장은 이공계 출신의 일반적 이미지와 달리 위아래 사람을 폭넓게 챙기는 인간관계 파워로 정평이 높은 편이다. 총장이 되기 전까지 1999년에 연세대 대외협력 담당 부총장을 한 것도 정계에 진출한 연세대 동문들을 늘 품어온 그의 ‘인간적 장점’이 고려된 결과라고 한다. 김 총장은 지난해 가을 윤태영 대변인, 천호선 의전비서관, 김만수 보도지원비서관, 김현미 정무비서관 등 청와대의 연세대 출신 비서관급 8~9명을 총장 공관으로 불러 식사를 함께하며 격려하기도 했다. 이광재씨 추천설… 정권의 폭 넓혀 청와대 안팎에선 그 중에서도 연세대 출신인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의 천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이 전 실장이 지난해 말 국정상황실장 자리에서 낙마한 뒤에도 노 대통령에 대한 물밑 조언자 역할을 계속하고 있으며, 그 연장에서 김 총장이 추천되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 전 실장은 뒷날 법학과로 전과했지만 입학을 따지면 연세대 화공과 83학번 출신으로, 재학 때부터 같은 과 교수인 김 총장과 알고 지냈다고 한다. 그 뒤 이 전 실장이 운동권의 길을 걷느라 얼굴을 맞댈 기회가 적다가, 청와대에 입성한 뒤 각계 유력인사와 교류를 넓히는 과정에서 김 총장과 이 전 실장이 다시 가까워진 것으로 여권의 핵심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이 전 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총장이 ‘괜찮은 분’이라는 소견은 밝히면서도 자신이 추천했다는 대목은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부인했다.
경위가 어떻게 됐든 ‘김우식 비서실장론’에는 나름의 논거와 정권의 상황 인식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첫째, 김 총장은 대학교육협의회 회장에다 기독교계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매우 폭이 넓은 분이다. 따라서 정권의 인맥풀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국민통합적 기능을 할 수 있다. 둘째, 노 대통령이 정부 산하기관장의 70%를 이공계로 임명하겠다고 한 적도 있다. 정부가 이공계를 우대함으로써 2만달러 시대의 동력으로 삼겠다고 한 의지를 구체화하는 의미가 있다. 세째, 김 총장은 방대한 연세대 조직을 원만하게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관리 역량을 평가받아왔다. 네째, 김 총장은 강경상고를 졸업한 충청도 사람이다. 대통령은 영남,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호남 출신인 상황에서 영·호남에 충청까지 아우르는 지역적 고려도 작용했다….”
이런 배경으로 볼 때 ‘김우식 비서실장’은 교육부총리가 ‘윤덕홍→안병영’,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정우→박봉흠’으로 교체된 흐름과 궤를 함께하는 것 같다. 즉, 개혁 성향보다는 관리형·안정형 인물을 등용함으로써 정권의 폭을 넓힌다는 일련의 인사정책 변화선상에서 나온 카드라는 해석이다.
따라서 ‘문희상→김우식’의 교체 인사는 국정운영 노선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이 고유의 국정 철학을 확고히 견지하는 게 중요하지, 어떤 참모를 쓰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며 이런 시각을 반박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 기용이 유력한 김우식 연세대 총장. ‘김우식 비서실장’카드는 정권의 인맥풀 확대를 통해 국정 안정을 꾀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박승화 기자)
노무현 대통령과 ‘짧은 인연’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중권·한광옥·박지원씨 등을 비서실장으로 썼다. 비서실장이 수족 노릇을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우선 ‘척하면 무슨 뜻인지를 알아챌’ 가까운 사람, 그 중에서도 정치적 인연이 깊은 사람을 쓰는 게 통례였다. 전윤철·이상주씨 같은 관료형 비서실장도 있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기 후반기의 일이었다. ‘김우식 비서실장’이 생소한 두 번째 이유는, 대학 총장이 청와대 비서실장을 한다는 것도 대통령 비서실장 역사에 신기원을 여는 일이기 때문이다. 비서실장의 업무가 △정무 △민정 △홍보 △인사 △국민참여수석실 등을 관장하는 총괄적 정무보좌 성격이 강하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대학 총장 출신이 한다는 게 ‘어떨지’ 하는 느낌을 준다. 게다가 김 총장은 화공과 교수 출신이다. 또한 전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김 총장이 ‘누구의 비서실장’을 하는 게 ‘격’에 맡는지 하는 의문도 있다. 어쨌든 김 총장은 지난해 2월 노 대통령의 아들 졸업식에서 수인사를 나눈 뒤로 노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쌓아왔다. 우선 참여정부의 첫 조각 때 그는 교육부총리 후보로 검토됐다. 다른 각료들을 대략 확정한 결과 연세대 출신이 한명도 없다는 지적에 따라 그가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이 ‘김우식 기용 반대’ 성명을 내면서 반발해 그의 교육부총리 기용은 무산됐다. 시민단체들은 기여입학제를 앞장서 주장한 그의 신조와 보수성을 문제 삼았다. 김 총장은 지난해 12월 윤덕홍씨의 후임 교육부총리 후보로도 검토됐으나 결론은 안병영 전 장관이 맡게 되었다. 당시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은 “김우식 총장은 기여입학제로 논란을 빚어 발탁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교육정책과 별개로, 그동안 이공계 전문성 차원에서 간간이 노 대통령에게 자문 역할을 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인연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국과학정보기술인협회 공동회장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원장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주)LG-CALTEX GAS 사외이사를 지내는 등 이공계에서 지도적 이력을 갖추고 있다. 즉, 이공계를 육성해 2만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노 대통령의 비전과 나름대로 코드가 맞는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이 비서실장 후보로 부상한 데는 청와대에 포진한 연세대 인맥의 역할도 컸다고 한다. 김 총장은 이공계 출신의 일반적 이미지와 달리 위아래 사람을 폭넓게 챙기는 인간관계 파워로 정평이 높은 편이다. 총장이 되기 전까지 1999년에 연세대 대외협력 담당 부총장을 한 것도 정계에 진출한 연세대 동문들을 늘 품어온 그의 ‘인간적 장점’이 고려된 결과라고 한다. 김 총장은 지난해 가을 윤태영 대변인, 천호선 의전비서관, 김만수 보도지원비서관, 김현미 정무비서관 등 청와대의 연세대 출신 비서관급 8~9명을 총장 공관으로 불러 식사를 함께하며 격려하기도 했다. 이광재씨 추천설… 정권의 폭 넓혀 청와대 안팎에선 그 중에서도 연세대 출신인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의 천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이 전 실장이 지난해 말 국정상황실장 자리에서 낙마한 뒤에도 노 대통령에 대한 물밑 조언자 역할을 계속하고 있으며, 그 연장에서 김 총장이 추천되었다는 이야기다.

김우식 총장을 비서실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이 전 실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운영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