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성호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한 까닭… 선거인단 구성 허점으로 지지층 참여 낮아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열린우리당이 2월8일 17대 총선 국회의원 후보 선출을 위해 처음으로 실시한 국민경선에서 386 대표주자 격인 김성호 의원이 탈락하고 노현송 전 강서구청장이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전체 선거인 995명 가운데 310명이 참여한 선거에서 노 후보가 123표, 김 후보가 110표를 얻어, 선호투표 방식(3, 4위 후보 지지자의 차순위 선호표를 1, 2위에 분배)으로 재집계한 결과 노 후보가 과반수를 얻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결과는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유권자들의 물갈이 욕구가 폭발한 것인가, 아니면 처음 시도한 열린우리당식 국민경선의 맹점이 드러난 것인가?
유권자의 물갈이 욕구라는 설명 어려워
답은 후자쪽에 가까운 것 같다. 경선에 참여해 3, 4위로 탈락한 이충렬·이규의 후보와 경선관리위원회 등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 관리위는 경선에 앞서 닷새 동안 강서을 주민을 상대로 무작위로 전화를 돌려 열린우리당 지지자와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를 골라냈다. 그 중 경선에 참여할 의사를 물어 승낙한 사람으로 995명의 선거인단을 만들어냈다. 문제는 60명의 텔레마케터를 동원해 주로 낮시간에 전화를 돌리다보니 30~40대 남성 직장인이 거의 잡히지 않고 60~80대의 노인과 40대 이상 주부, 자영업자들이 대거 선거인으로 확보된 점이다. 이충렬 후보는 “애초 당 방침은 남녀, 연령, 직업별 등 전체 선거구민 비례대로 균형 잡힌 선거인단을 만들자는 것이었지만 경선관리위가 시간에 쫓겨 선거인 수를 채우는 데도 급급했다”며 “열린우리당 지지층이 20~40대 고학력 남성, 화이트칼라인 데 반해 노인과 주부, 자영업자 주축으로 구여권 성향에 가까운 선거인단이 구성되는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두 번째 문제는 995명을 상대로 입당원서를 대치할 선거인 응락서를 경선 실시 전까지 100명밖에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일부 후보들은 원리원칙을 지켜 응락서를 낸 100명 중심으로 전화홍보 등 선거운동을 했는데, 정작 경선 당일 200여명이 더 참석해 현장에서 응락서를 쓰고 투표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투표장에 나온 300여명의 면면이 대체로 노인과 주부, 자영업자 등으로 조직적인 참여 권유를 받고 온 인상이 짙었다”며 “현장 유세로 판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주장했다. 선거인단의 인구 특성이 노인과 주부, 자영업자 중심으로 쏠린 것은 투표 결과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성호 의원은 의정활동과 잦은 텔레비전 토론 출연 덕분에 지역구민 전체적으로는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지만, 경로당 방문 따위의 전통적 지역구 관리는 소홀히 한 편이다. 반면에 2002년까지 구청장을 지낸 노 후보는 구청장 출신이 대개 그러하듯이 장·노년층에 인기가 높다. 단체장으로서 복지사업 따위를 펼치며 이들 계층과 얼굴을 맞댈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경선에 앞서 민간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해본 결과 열린우리당 지지자 전체에서 내가 38%, 다른 후보들은 한 자릿수의 지지도인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지지율 높아도 선거인단이 반영 못해 이충렬 후보도 “그런 흐름 자체는 틀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구민 전체의 여론 지지에서 앞서는 후보가, 특정 성향을 지닌 소수의 선거인단 경선에서 오히려 뒤처질 수 있다는 경선제도의 맹점이 ‘열린우리당식 국민경선’에서 드러난 셈이다. 김 의원은 “내가 방심한 탓도 있는데 누구를 원망하겠느냐”며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국민경선을 수용했다가 낙선했지만 자부심을 느낀다”며 경선 승복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그의 거취와 별개로, 이번 서울 강서을구 국민경선은 한국 실정에 맞는 경선제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새로운 논쟁점을 제공할 것 같다.

선거인단의 반란은 물갈이 욕구인가, 경선제도의 맹점인가. 2월8일 열린 열린우리당 강서을 국회의원 후보 경선장에서 후보 지지자들이 한표를 호소하고 있다.(한겨레 윤운식 기자)
답은 후자쪽에 가까운 것 같다. 경선에 참여해 3, 4위로 탈락한 이충렬·이규의 후보와 경선관리위원회 등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 관리위는 경선에 앞서 닷새 동안 강서을 주민을 상대로 무작위로 전화를 돌려 열린우리당 지지자와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를 골라냈다. 그 중 경선에 참여할 의사를 물어 승낙한 사람으로 995명의 선거인단을 만들어냈다. 문제는 60명의 텔레마케터를 동원해 주로 낮시간에 전화를 돌리다보니 30~40대 남성 직장인이 거의 잡히지 않고 60~80대의 노인과 40대 이상 주부, 자영업자들이 대거 선거인으로 확보된 점이다. 이충렬 후보는 “애초 당 방침은 남녀, 연령, 직업별 등 전체 선거구민 비례대로 균형 잡힌 선거인단을 만들자는 것이었지만 경선관리위가 시간에 쫓겨 선거인 수를 채우는 데도 급급했다”며 “열린우리당 지지층이 20~40대 고학력 남성, 화이트칼라인 데 반해 노인과 주부, 자영업자 주축으로 구여권 성향에 가까운 선거인단이 구성되는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두 번째 문제는 995명을 상대로 입당원서를 대치할 선거인 응락서를 경선 실시 전까지 100명밖에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일부 후보들은 원리원칙을 지켜 응락서를 낸 100명 중심으로 전화홍보 등 선거운동을 했는데, 정작 경선 당일 200여명이 더 참석해 현장에서 응락서를 쓰고 투표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투표장에 나온 300여명의 면면이 대체로 노인과 주부, 자영업자 등으로 조직적인 참여 권유를 받고 온 인상이 짙었다”며 “현장 유세로 판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주장했다. 선거인단의 인구 특성이 노인과 주부, 자영업자 중심으로 쏠린 것은 투표 결과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성호 의원은 의정활동과 잦은 텔레비전 토론 출연 덕분에 지역구민 전체적으로는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지만, 경로당 방문 따위의 전통적 지역구 관리는 소홀히 한 편이다. 반면에 2002년까지 구청장을 지낸 노 후보는 구청장 출신이 대개 그러하듯이 장·노년층에 인기가 높다. 단체장으로서 복지사업 따위를 펼치며 이들 계층과 얼굴을 맞댈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경선에 앞서 민간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해본 결과 열린우리당 지지자 전체에서 내가 38%, 다른 후보들은 한 자릿수의 지지도인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지지율 높아도 선거인단이 반영 못해 이충렬 후보도 “그런 흐름 자체는 틀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구민 전체의 여론 지지에서 앞서는 후보가, 특정 성향을 지닌 소수의 선거인단 경선에서 오히려 뒤처질 수 있다는 경선제도의 맹점이 ‘열린우리당식 국민경선’에서 드러난 셈이다. 김 의원은 “내가 방심한 탓도 있는데 누구를 원망하겠느냐”며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국민경선을 수용했다가 낙선했지만 자부심을 느낀다”며 경선 승복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그의 거취와 별개로, 이번 서울 강서을구 국민경선은 한국 실정에 맞는 경선제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새로운 논쟁점을 제공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