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청문회’ 증인 출석 거부한 노무현 대통령 전 후원회장 이기명씨의 소신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당신들이 법을 쥐고 있다면 그에 따라 처벌받겠다. 그러나 당신들에게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의 권위를 더 이상 인정하고 싶진 않다.”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68)씨가 2월10일부터 12일까지 열린 국회 불법 대선자금 의혹 청문회에 증인 출석을 요구받은 뒤, 청문회가 열리기 전 기자와 만나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당리당략용 이벤트’ 때문에 일개 시민의 인권이 침해될 수 없다면서 나름의 ‘시민권 회복’을 주장한 것이다. 그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국회의 권위에 눌리는 것도 한두번이지 무한정 정쟁의 제물이 되고 싶지 않다”며 “차라리 국회 불출석 죄로 고발되어 벌금형을 받고 말겠다”고 말했다.
시민권 회복 위해 벌금형 감수 밝혀 이씨는 노 대통령의 다른 측근 등 모두 89명과 함께 국회 법사위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이번 청문회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소집했고 열린우리당과 자민련은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이씨는 자신의 용인 땅 ‘위장매매 의혹’과 관련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었다. 그 자리에서 야당 의원들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씨-노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의혹을 추궁했으며, 이씨는 나름대로 해명을 했다. 이어 그는 대검 중수부에 참고인 자격으로 불려가 조사를 받고 무혐의 처리됐다. 그 뒤 노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이 후속 수사를 하고 있으나, 적어도 이씨의 용인 땅 관련 대목은 별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씨는 국회가 새로운 근거도 없이 똑같은 이유로 자신을 또다시 신문하겠다는 것은 ‘일사 부재리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회가 증인 출석을 요구할 때는 반드시 신문할 요지를 첨부해야 한다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법도 국회가 어겼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회 법사위가 그에게 보낸 출석요구서에는 ‘-용인 땅 위장매매, -불법 대선자금 및 장수천 변제 관련’이라는 ‘두루뭉술한’ 제목만 나와 있다. 이씨는 “땅 매매의 사실관계는 강금원·안희정씨 재판 과정에서 모두 공개됐다”며 “국회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증언대에 늙은이를 세워놓고 재탕삼탕 볼기를 때려 망신을 주는 정치적 이벤트를 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국회 법사위의 청문회가 관련법에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국정조사 요구서 △조사계획서 △법사위 의결 회의록 등에 관해 정보공개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국회가 자신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면 헌법소원으로 맞서보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와의 법리 논쟁에서 지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법 위반죄로 이씨가 처벌받을 수 있다. “벌금형 받을 각오를 하고 내 인권을 지키겠다”는 그의 말은 이런 맥락이다. ‘노무현 시대’ 측근 처신도 달라져 국회가 청문회 증인으로 부른 것을, 이씨처럼 나름의 논리를 들이대며 정면으로 반박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국회에 끌려나가고 싶지 않기로는 매한가지겠지만, 국회의 권위에 눌려 “그런가보다” 하며 엎드리거나, 아니면 “몸이 아파서…” 따위의 핑계를 대고 빠져나가려는 게 지금까지의 통례였다. 이런 점에서도 이씨의 사례는 흥미롭다. 지난해 9월 역시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국정감사가 아니라 코미디”라며 의원들 앞에서 고개를 꼿꼿이 세웠던 강금원씨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변화를 외치는 ‘노무현 시대’답게 비리 시비에 연루된 대통령 측근들의 처신 방법도 과거와 사뭇 다른 셈이다.

“정치적 이벤트 불참은 시민권 회복하려는 몸부림이다.” 이기명씨는 국회의 권위에 더 이상 눌리지 않겠다고 밝혔다.(이용호 기자)
시민권 회복 위해 벌금형 감수 밝혀 이씨는 노 대통령의 다른 측근 등 모두 89명과 함께 국회 법사위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이번 청문회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소집했고 열린우리당과 자민련은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이씨는 자신의 용인 땅 ‘위장매매 의혹’과 관련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었다. 그 자리에서 야당 의원들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씨-노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의혹을 추궁했으며, 이씨는 나름대로 해명을 했다. 이어 그는 대검 중수부에 참고인 자격으로 불려가 조사를 받고 무혐의 처리됐다. 그 뒤 노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이 후속 수사를 하고 있으나, 적어도 이씨의 용인 땅 관련 대목은 별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씨는 국회가 새로운 근거도 없이 똑같은 이유로 자신을 또다시 신문하겠다는 것은 ‘일사 부재리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회가 증인 출석을 요구할 때는 반드시 신문할 요지를 첨부해야 한다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법도 국회가 어겼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회 법사위가 그에게 보낸 출석요구서에는 ‘-용인 땅 위장매매, -불법 대선자금 및 장수천 변제 관련’이라는 ‘두루뭉술한’ 제목만 나와 있다. 이씨는 “땅 매매의 사실관계는 강금원·안희정씨 재판 과정에서 모두 공개됐다”며 “국회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증언대에 늙은이를 세워놓고 재탕삼탕 볼기를 때려 망신을 주는 정치적 이벤트를 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국회 법사위의 청문회가 관련법에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국정조사 요구서 △조사계획서 △법사위 의결 회의록 등에 관해 정보공개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국회가 자신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면 헌법소원으로 맞서보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와의 법리 논쟁에서 지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법 위반죄로 이씨가 처벌받을 수 있다. “벌금형 받을 각오를 하고 내 인권을 지키겠다”는 그의 말은 이런 맥락이다. ‘노무현 시대’ 측근 처신도 달라져 국회가 청문회 증인으로 부른 것을, 이씨처럼 나름의 논리를 들이대며 정면으로 반박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국회에 끌려나가고 싶지 않기로는 매한가지겠지만, 국회의 권위에 눌려 “그런가보다” 하며 엎드리거나, 아니면 “몸이 아파서…” 따위의 핑계를 대고 빠져나가려는 게 지금까지의 통례였다. 이런 점에서도 이씨의 사례는 흥미롭다. 지난해 9월 역시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국정감사가 아니라 코미디”라며 의원들 앞에서 고개를 꼿꼿이 세웠던 강금원씨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변화를 외치는 ‘노무현 시대’답게 비리 시비에 연루된 대통령 측근들의 처신 방법도 과거와 사뭇 다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