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철거에 맞선 주민들의 처절한 몸부림… ‘사제총 집단’으로 매도 사태의 본질 가려
서울시 동작구 상도2동 173-159번지 일대 달동네는 지금 ‘전쟁’ 중이다. 강제철거를 막으려는 철거민들과 이를 강행하려는 철거용역업체 직원들과의 충돌로 평화롭던 이 동네가 살벌한 전쟁터로 바뀌었다. 철거민과 철거반원의 충돌은 재개발 현장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때 아닌 ‘사제총 논란’이 불거져 이런 문제에 둔감했던 보수 언론들까지도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 11월28일 철거용역업체가 철거반원들을 컨테이너에 태워 농성장인 18m 높이의 철제 망루에 진입시키려다 컨테이너를 운반하던 대형 크레인이 전복되는 바람에 진입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민들이 총기를 연상시키는 ‘시위용품’을 사용한 장면이 방송사의 전파를 탔다. 컨테이너가 철제 망루에 접근하는 순간 망루쪽에서 ‘탕’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솟아올랐고, 컨테이너에는 둥근 모양의 구멍 2∼3개가 뚫렸다. 언론들은 경찰과 용역업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철거민들이 사용한 시위용품이 사제총으로 확인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문제의 시위용품이 사제총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이 현장에서 수거한 쇠구슬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으나, 국과수로부터 ‘화염흔이 있다’는 답변만 얻어냈을 뿐이다. 화염흔은 열을 가했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화약과는 관계가 없다. 국과수도 “화약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언론들이 확인되지도 않은 사제총 논란에 관심을 갖는 동안 이번 사태의 본질은 흐려지고 있다.
이 ‘전쟁’은 개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건설자본(NCV건설)의 욕심 때문에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자본이 이윤을 많이 남기려고 철거민들의 임시 수용시설과 임대아파트 건설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민간사업이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다’는 동작구청도 사태를 키웠다. 지금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철제 망루 안에서 2~4살짜리 어린아이들과 80대 노인이 추위에 떨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사제총에만 관심을 갖는 동안 이들은 병들어가고 있다.

▷ 철거민과 철거반원들이 대치하고 있는 상도2동 173-159번지 달동네 언덕. 골리앗이라 불리는 철제 망루 입구에 용역회사가 설치한 “사제총 쏨! 위험! 통행금지 ”란 푯말이 살벌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 전기가 끊겨 어둡고 차가운 방에서 한 가족이 감기에 걸린 채 떨고 있다. 어머니 신혜영(31)씨와 3남매 김지연(4), 재성(3), 재환(2).

△ 골리앗 위에서는 두건을 쓴 철거민들이 간간이 구호를 외치며 스스로 사기를 북돋운다.

△ 골리앗에서 농성 중인 한 노인이 바깥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 두건을 쓴 철거민들이 나와 망을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