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피스보트’, 그 37일 동안의 아름다운 동승
지구의 평화를 염원하며 거친 파도를 헤치는 피스보트(peace boat). 이 배가 머무는 곳은 평화가 깃든 곳이 아니다. 오히려 죽음이 드리운 곳에 가깝다. 그곳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지난 9월22일 일본 도쿄를 출발한 43번째 항해의 기착지 역시 대립과 파괴의 상흔이 뚜렷한 곳이었다. 600여명의 승선자는 대부분 각자의 자리에서 평화를 소망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20여명의 평화운동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90여일 동안 지구의 분쟁지역을 찾아다닌다.
피스보트는 지난 1982년 일본 정부가 교과서에 아시아 ‘침략’을 ‘진출’로 기술한 데서 비롯됐다. 아시아 각국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자, 뜻있는 젊은이들이 올바른 역사를 배우기 위한 평화운동단체로 설립됐다. 회원들은 태평양 항해를 시작으로 10여회의 세계일주 등 42차례의 항해 동안 자신들의 역사를 돌아보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들의 여정에서 한국도 중요한 기착지에 속한다. 지난 2001년 34회 여정 때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함께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2002년 38회 여정 때는 부산에서 환경단체와 함께 행사를 갖기도 했다.
피스보트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협력기구에 속한다. 스스로 국제 비정부기구(NGO)로 평화와 인간성 회복, 민주주의 발전과 환경존중을 외치고 있다. 가는 곳마다 자연스럽게 문화교류도 이뤄지게 마련이다. 서로 어울리며 지구촌의 갈등과 대립을 풀려고 한다. 지금도 피스보트 탑승자들은 망망대해를 누비며 지구촌 평화의 지평을 연다.
△ 대부분의 시간을 바다 위에 떠 있는 피스보트는 다민족 문화를 이해하는 다양한 축제를 벌인다(왼쪽). 베트남 전쟁의 아픔을 얘기하는 <하늘과 땅>의 저자 레리 헤이슬립. 피스보트의 여정 속에는 각국 전문가들이 승선해 전쟁과 분쟁의 아픔을 다양하게 이야기하는 평화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사진 · 글 이정용 기자 | 한겨레 사진부 lee312@hani.co.kr

△ 10월25일 터키 이스탄불항구에서 한 · 일 · 터키 시민단체들이 함께 ‘평화’라는 각국의 언어를 들고 평화집회를 하고 있다.

△ 기항지마다 각 나라별로 다양한 청년문화를 교류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 지난 9월22일 일본 도쿄 하루미항에서 힘찬 고동소리와 함께 43번째 평화 여정을 떠나자, 많은 사람들이 나와 손을 흔들며 환영 하고 있다(왼쪽). 스리랑카 군재활병원. 타밀군과의 전투 중에 부상을 입은 사병들이 근무하고 있다.


△ 피스보트에서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파병반대 시위를 벌이자, 터키 시민단체 회원들이 손으로 승리를 표시하는 ‘V’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