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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태풍에 할퀴고 폭우에 밟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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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9-2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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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재해에 할 말을 잃어버린 강원도 정선·삼척 사람들

사진/ 라면 한 상자를 사 끈으로 메고 20여릿길을 걸어가는 수재민 할아버지.
지난해 한반도를 휩쓸고 간 태풍 ‘루사’의 피해 복구가 한창이던 강원도 정선·삼척 지역에 올해는 태풍 ‘매미’가 들이닥쳤다. 그러나 매미가 할퀴고 간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다시 폭우가 몰아치는 강원도. 정선과 삼척 일대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 혹은 쑥대밭, 더 이상 희망도 아픔도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대피말고는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길이 막히고, 식수 공급이 중단되고, 전기가 끊기고, 통신이 두절된 산골에서 주민들은 하늘만 쳐다보며 기도할 뿐 한숨조차 나오지 않는 가을맞이를 하고 있다. “인력으로 이겨낼 수 있는 일이라면 이 한 목숨 바쳐서라도 막아보련만….”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는 촌로의 한마디가 산골 깊숙이 울려퍼진다.

경기도 연천군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강원도 정선군 남평리의 논에서 수해에 쓰러진 벼를 베고 있다.




태풍 매미의 피해복구 도중 다시 폭우가 내리자 걱정어린 표정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는 할머니. 삼척시 도계읍 고사리.

  


지난해 태풍 루사의 피해복구가 진행되던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봉정리는 피해복구가 채 완료되기도 전에 다시 태풍이 닥쳐 엄청난 피해를 당했다.





태풍 매미로 잠겼던 생활용품을 건져놓았으나
다시 폭우가 쏟아지자 치우지도 못하고
비닐로 덮어놓았다. 정선군 임계면 봉산리.

  


물이 들었던 방에 스티로폼을 깔고 적십자사에서 나눠준 구호품으로 연명하고 있는 할아버지.



강원도 정선과 구절리를 잇는 기찻길이 이번 폭우에 유실돼 교각과 휜 철로만 하천 바닥에 남아 있다.

정선·삼척= 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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