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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세월이 머문 구두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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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7-0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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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염천교 일대에서 수제화를 만드는 사람들… 품질 대접 못 받고 유명상표에 밀려나

사진/ 비가 내리는 날 염천교 구두거리의 불 밝힌 진열장.
구두공장은 여름 장마와 함께 비수기가 시작된다. 역한 본드 냄새와 온갖 가죽 먼지가 가득한 공장안의 제화공들도 장마철엔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인지 손바람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여름엔 하루 건너 일거리가 있어도 다행인데, 사실 한두달 동안은 휴가나 마찬가지죠.” 오전에 벌써 일거리를 다 끝낸 한 재단사는 “내일은 일이 없어 집에서 쉰다”며 푸념한다.

해방 후 미군들의 중고 전투화 가죽으로 만든 신사화가 크게 유행하면서 번창했던 서울 중구 의주로2가 염천교 일대는 한때 싼 가격을 무기로 명동의 고급 제화점들과 쌍벽을 이루었다. 그러나 유명 브랜드를 앞세운 대형 제화업체들이 내수를 거의 독식하고, 1990년대부터 값싼 중국산 구두가 밀려 오면서 이곳은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사람들은 이걸 싸구려 ‘장날표’라고 외면할지 몰라도, 질로만 따지면 대형 백화점에서 파는 신발 못지않다”는 염천교 구두거리 사람들의 애환 섞인 넋두리는, 유명상표와 겉치레에만 집착해온 우리들에게 조용한 질책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보게 된다.




바닥작업은 접착성이 매우 강한 본드로 정교한 손작업이 필요하다.

  


중창을 붙인 신발에 밑창을 붙이기 전에 튀어 나온 부분을 잘 갈아야 한다.



신발공장은 패턴이 정해지고 재단이 끝나면 신발 윗부분을 만드는 가피와 골패에 씌운 가죽에 밑창을 붙이는 바닥(또는 저부)으로 분업화되어 있다. 손을 바삐 놀리며 바닥 작업을 하고 있다.

재단한 가죽을 재봉틀로 꿰매면 신발이 제 모양을 갖추기 시작한다.

염천교를 찾는 손님은 대부분 중년 이상이다. 이들은 한번에 두 켤레 이상을 사가기도 한다.

사진·글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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