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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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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3-2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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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루사에 삶터를 잃은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사람들에게 찾아온 새봄의 정취

산마루는 눈으로 쌓인 겨울이지만 계곡엔 눈이 녹아 제법 많은 물이 흐른다.아낙들이 옷가지와 삼가죽을 씻고 있다.

지난해 태풍 ‘루사’로 최악의 수해를 입은 영동지역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수마가 휩쓴 지 여섯달이 지났지만 영동지역 여기저기엔 미처 복구의 손길이 닿지 않은 상처들이 즐비하다. 지난해 10월 집을 잃고 하정리 오십천변에 세운 컨테이너에서 망연자실하던 심씨 아주머니는 더욱 가여워졌다. 몇몇 사람들은 집을 지어 떠나고 이 참에 삶의 터전을 바꿨다. 하지만 아주머니의 “당국에서 제방을 쌓기 전에는 집을 지을 수 없다고 해 아직 집터도 마련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둔리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새로 지은 집 앞마당에서 빨래를 하며 웃음을 지어보인다. “힘든 겨울이었지만 이제 봄도 됐으니 밭에 나가 감자씨도 뿌려야지요.”폭우에 휩쓸린 농작물들이 썩어 거름이 되고, 그 사이로 파란 새싹이 얼굴을 내미는 봄날. 햇살에 언 땅을 녹이고 바람에 씨앗을 뿌리고 비에 싹을 키워 수마의 아픔을 조금씩 이겨나가리라.

사진·글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무너진 담 옆에서 밀린 빨래를 하는 아낙.

  


거센 물살로 우사가 파괴돼 겨울 내내 마당 한구석에 솥을 걸고 쇠죽을 쑤었다.





폭우로 황폐해진 논에 객토를 붓고 거름을 뿌린 농군의 마음은 바쁘다.

  


보리밭에 비료를 뿌리고 있는 팔순 할머니 얼굴은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보리밭 고랑 사이로 피를 뽑는 농부의 손등을 봄볕이 간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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