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에 삶터를 잃은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사람들에게 찾아온 새봄의 정취
지난해 태풍 ‘루사’로 최악의 수해를 입은 영동지역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수마가 휩쓴 지 여섯달이 지났지만 영동지역 여기저기엔 미처 복구의 손길이 닿지 않은 상처들이 즐비하다. 지난해 10월 집을 잃고 하정리 오십천변에 세운 컨테이너에서 망연자실하던 심씨 아주머니는 더욱 가여워졌다. 몇몇 사람들은 집을 지어 떠나고 이 참에 삶의 터전을 바꿨다. 하지만 아주머니의 “당국에서 제방을 쌓기 전에는 집을 지을 수 없다고 해 아직 집터도 마련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둔리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새로 지은 집 앞마당에서 빨래를 하며 웃음을 지어보인다. “힘든 겨울이었지만 이제 봄도 됐으니 밭에 나가 감자씨도 뿌려야지요.”폭우에 휩쓸린 농작물들이 썩어 거름이 되고, 그 사이로 파란 새싹이 얼굴을 내미는 봄날. 햇살에 언 땅을 녹이고 바람에 씨앗을 뿌리고 비에 싹을 키워 수마의 아픔을 조금씩 이겨나가리라.
사진·글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산마루는 눈으로 쌓인 겨울이지만 계곡엔 눈이 녹아 제법 많은 물이 흐른다.아낙들이 옷가지와 삼가죽을 씻고 있다.
![]() 무너진 담 옆에서 밀린 빨래를 하는 아낙. |
![]() 거센 물살로 우사가 파괴돼 겨울 내내 마당 한구석에 솥을 걸고 쇠죽을 쑤었다. |
![]() 폭우로 황폐해진 논에 객토를 붓고 거름을 뿌린 농군의 마음은 바쁘다. |
![]() 보리밭에 비료를 뿌리고 있는 팔순 할머니 얼굴은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
![]() 보리밭 고랑 사이로 피를 뽑는 농부의 손등을 봄볕이 간질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