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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군대, 어찌 우리 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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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1-1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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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사병으로 복무하며 힘든 나날들을 카메라에 담은 사진가 이규철

사진/ 고된 훈련 끝에 마시는 한 모금의 물. 그래서 수통은 생명이다.
너무 힘들어, 너무 추워, 너무 졸려, 너무 보고 싶어.

군복무 중인 군인들을 붙잡고 물어보거나 제대한 예비역들을 붙잡고 물어보자. 복무기간에 제정신으로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 과연 있었는지 그저 군기(軍氣)가 바짝 들어 정신력으로 버텨냈을 뿐.

군에 다녀온 에비역()들이 모이면 자기가 가장 고생 많이 했다고 장단설을 늘어놓는다. 군번을 외우고, 군인의 길을 외우고, 전우들의 이름을 외우며 밤을 새워 얘기해도 끝이 없다. 아마 자신의 복무 날짜만큼을 떠들어도 또 할말이 남을 만큼 가슴에 각인되어 잊히질 않는 이야기다. 도대체 얼마나 군기가 바짝 들었으면….

그들에게 사진가 이규철의 <軍人 841의 휴가> 사진작업(갤러리 스페이스 사진, 11월8~14일, 02-3143-0444)을 보여주고 싶다. 그들 모두 이렇게 이야기할 것 같다. “이 친구 군생활 편히 했구먼.” 사진병도 아닌 일반사병이 군복무 중에 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면 누가 봐도 그 말은 맞다. 그러나 이규철의 귀중한 사진작업이 아니었으면 그 기억의 편린들을 우리는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개인 화기 수입. 지급된 총기는 제 몸보다 소중히 해야 하는 것이 군인이다.

  


비오는 날 판초 우의를 입고 경계근무지로 나선다.





전투화를 닦는다. ‘제대하면 구두닦이해도 먹고살 수 있겠네’ 하며 서로 웃는다.

  


취사병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늘 불 가까이 있어 따뜻하고 마음대로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쵸코파이를 쌓아놓고 전우들과 함께 생일을 축하한다.

  


군기가 바짝 든 신병이 새로 왔다. 그러나 그도 곧 고참병이 되어 새로 오는 신병의 군기를 잡는다.





따뜻한 물 한 바가지면 목욕도 할 수 있다는 고참이 신기했다.

  


애인에게서 편지가 왔다. 애인의 편지는 읽기 전에 늘 불안한 마음이 먼저다.



사진·글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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