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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지우지 못한 악몽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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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1-0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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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 참사 2주기… 몸과 마음에 그을림 그대로 남아

사진/ 추모제를 마치고 3년 전 유해가 뿌려진 팔미도 앞바다를 다시 찾은 유가족들.
지난 1999년 가을 57명의 사망자와 80여명의 부상자를 낸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10월30일로 3주기가 되었다. 사고 직후 정부는 갖가지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바뀐 것은 없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 당시의 충격은 잊혀갔고 각급 기관과 업소의 안전불감증 또한 여전한 상태다.

유가족과 부상자들은 아직도 사고 당시의 악몽을 잊지 못한 채 엄청난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부상자 중 상당수는 심한 후유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사후 보상 처리가 제대로 안 돼 엄청난 치료비를 감당할 길이 없다. 피해자들은 사고 당시 입은 화상과 정신적 충격으로 사람들을 기피하며,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있다.

인현동 참사 이후에도 군산 윤락가, 유치원, 입시학원 등 전국 곳곳에서 대형 화재가 잇따랐다. 유흥업소들은 여전히 소방법과 건축법을 무시한 채 실내를 장식하고 있고 청소년 유해업소에 대한 지도 단속은 겉치레에 지나지 않는다. 노익환 부상자대책위 위원장은 “청소년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일방적 정책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며 “피부에 와닿는 정책 마련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평생 화상 후유증에 시달리는 부상자가 집에서 화상연고 치료를 하고 있다.

  


유족회가 마련한 인현동 화재 참사 3주기 추모제





밖으로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집에서만 생활하는 김현진(20)군은 일을 하는 게 꿈이다. “서빙을 며칠 했는데 손님이 부르면 뛰어가야 하잖아요. 그런데 뛸 수가 없어요.”/font>

  


늘 곁에서 지켜주는 아버지의 위로가 그나마 세상을 살아가는 버팀목이 될 뿐 엄청난 치료비와 사회의 냉대를 감당해내기는 어렵다.





이제 성인으로 자란 이들은 또래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들은 뒷모습만 찍히는 것도 힘겨워 했다.

  


자그마한 옷가게를 차리는 것이 꿈이라는 전아무개(20)양은 여섯번에 걸친 목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도 제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지난 8월 인천 모 백화점에 입사했지만 두달 만에 목소리가 좋지 않다고 쫓겨났다.





자식의 유해가 뿌려진 바다를 향해 오열하는 어머니.

  


심각한 화상 후유증으로 몇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완치는 어렵다.



사진·글/ 류우종 wjryu@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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