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골마을 분교 운동회… 만국기 휘날리는 주민축제의 마당
수마가 할퀴고 간 들녘의 아픔을 채 씻어내지 못했어도, 비탈밭 고추·배추가 일손을 놓아주지 않아도 오늘 하루만은 아이들과 함께 파란 하늘 고추잠자리처럼 날아보자. 강원도 산간마을 조금만 분교 운동장에 온 마을 사람 모두 모여 만국기 아래 뛰고 달리는 가을 운동회. 아이들이 달리면 엄마·아빠들이 목청 돋워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하고, 엄마·아빠들이 달리면 아이들이 일어나 "우리 엄마 이겨라, 우리 아빠 이겨라" 하니 백군도 없고 청군도 없다. 이겨서 좋고 지고도 하하 우슨 가을 들판 허수아비 마음 같은 산골 분교 운동회는 가마솥에 끓고 있는 곰국처럼 엉기고 풀어져 온 마을 하나되는 대동잔칫날이다.
-강원도 인제 방동분교에서 사진·글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사진/ 만국기가 휘날리는 운동장. 서른명도 안 되는 전교생이 운동회를 시작하고 있다.
![]() "이래봬도 어려서는 내가 군 대회 나갔다니까"라며 열심히 내달리는 엄마들. |
![]() 엄마가 뛰는 것 같죠? 엄마 바지를 입고 공을 머리에 이고 달리는 어린이. |
![]() 내가 일등할 테야, 이를 악물고 달리는 아이들. |
![]() 우리들 예쁘죠? 저학년 어린이들의 훌라후프 춤. |
![]() 콩주머니 매를 맞고 박이 터지자 모두들 환호성을 지른다. |
![]() 반칙이야 반칙, 마음이 더 급해도 입술을 맞대고 과자를 따먹어야죠. |
-강원도 인제 방동분교에서 사진·글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