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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다시 태어나는 유랑민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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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8-0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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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주 성립 50주년 맞아 새롭게 단장하는 옌볜 조선족 자치주

사진/ 옌지시 동쪽에 있는 야시장은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유! 와 우리네를 찍습네까? 헐헐헐. 다 늙은 거이 뭐 찍을 게 있어서리….

옌지시 서시장에서 만난 조선족 할머니들의 얼굴엔 쑥스러운 기색이 완연했다. 얼굴 가득한 주름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들은 넉넉한 눈빛으로 활짝 핀 웃음을 던져주고 있었다.

중국 조선족 자치주인 지린성의 동북부 옌볜 조선족 자치주.

흔히 줄여 옌볜이라고 하는 중국 내 조선족 자치주는 주도(州都)인 옌지와, 투먼·룽징·훈춘·화룡 등 5개의 시, 안도·왕청 등 2개의 현으로 이뤄졌다.

구한말 일본의 가혹한 정책과 굶주림에 지친 농민들이 두만강을 건너 유랑하듯 떠돌다가 이 지역 일대에 화전민으로 정착하면서부터 형성되었다. 한 많은 역사를 묻어둔 이곳이 올 9월3일 자치주 성립 50주년을 맞아 성대한 준비에 한창이다. 오래되고 낡은 것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거리 곳곳엔 새롭게 단장하는 공사 현장이 수두룩하다. 시장 골목마다 상인들과 자전거를 탄 행인들에게서는 활기찬 몸짓이 완연히 드러난다. 단지 기념하기 위한 행사 때문만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국경을 넘은 그들이 이국땅에 뿌리내리면서 비롯된 여유로움도 이 변화에 한몫하는 것은 아닐까.


이와는 달리 떠나야만 살아갈 수 있었던 윗대의 방식을 이어 바다 건너 찾아온 조국은 과연 그들에게 무엇을 주었을까. 20만명을 헤아리는 한국 내 조선족 노동자들의 현실이 고향(?)에서 벌어지는 변화의 흐름과는 다르게 암울한 까닭은, 최근 발표된 정부의 외국인력제도 개선방안이 개선책이 아닌 무조건적 추방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찾아온 조국이 그들에게 준 모진 선물인 것이다.

조선족 할머니에게서 받은 넉넉한 미소가 유난히 정겹게 느껴질 만큼 아쉬운 것은 어떤 이유일까.



서시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무료한 시간을 때우는 꽃가게 주인.

  


서시장에서 만난 조선족 할머니들.





붉은악마의 열풍은 옌볜이라고 해서 수그러들지 않는다.

  


서시장의 조선족 상인들.





옌지시 중앙공원 내부. 한때 탈북소년들의 안식처였다.

  


아직도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낡은 것을 해체하는 공사 현장은 곳곳에서 쉽사리 눈에 띈다./ 자치주 50주년을 경축하는 광고가 한창인 옌지시 네거리 모습.

  


자치주 50주년을 기념하는 거리 풍경./ 옌지시 공안국.



옌지=사진·글 임종진 기자/ 한겨레 사진부step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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