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주 성립 50주년 맞아 새롭게 단장하는 옌볜 조선족 자치주
아이유! 와 우리네를 찍습네까? 헐헐헐. 다 늙은 거이 뭐 찍을 게 있어서리….
옌지시 서시장에서 만난 조선족 할머니들의 얼굴엔 쑥스러운 기색이 완연했다. 얼굴 가득한 주름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들은 넉넉한 눈빛으로 활짝 핀 웃음을 던져주고 있었다.
중국 조선족 자치주인 지린성의 동북부 옌볜 조선족 자치주.
흔히 줄여 옌볜이라고 하는 중국 내 조선족 자치주는 주도(州都)인 옌지와, 투먼·룽징·훈춘·화룡 등 5개의 시, 안도·왕청 등 2개의 현으로 이뤄졌다.
구한말 일본의 가혹한 정책과 굶주림에 지친 농민들이 두만강을 건너 유랑하듯 떠돌다가 이 지역 일대에 화전민으로 정착하면서부터 형성되었다. 한 많은 역사를 묻어둔 이곳이 올 9월3일 자치주 성립 50주년을 맞아 성대한 준비에 한창이다. 오래되고 낡은 것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거리 곳곳엔 새롭게 단장하는 공사 현장이 수두룩하다. 시장 골목마다 상인들과 자전거를 탄 행인들에게서는 활기찬 몸짓이 완연히 드러난다. 단지 기념하기 위한 행사 때문만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국경을 넘은 그들이 이국땅에 뿌리내리면서 비롯된 여유로움도 이 변화에 한몫하는 것은 아닐까.
이와는 달리 떠나야만 살아갈 수 있었던 윗대의 방식을 이어 바다 건너 찾아온 조국은 과연 그들에게 무엇을 주었을까. 20만명을 헤아리는 한국 내 조선족 노동자들의 현실이 고향(?)에서 벌어지는 변화의 흐름과는 다르게 암울한 까닭은, 최근 발표된 정부의 외국인력제도 개선방안이 개선책이 아닌 무조건적 추방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찾아온 조국이 그들에게 준 모진 선물인 것이다. 조선족 할머니에게서 받은 넉넉한 미소가 유난히 정겹게 느껴질 만큼 아쉬운 것은 어떤 이유일까.
옌지=사진·글 임종진 기자/ 한겨레 사진부stepano@hani.co.kr

사진/ 옌지시 동쪽에 있는 야시장은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와는 달리 떠나야만 살아갈 수 있었던 윗대의 방식을 이어 바다 건너 찾아온 조국은 과연 그들에게 무엇을 주었을까. 20만명을 헤아리는 한국 내 조선족 노동자들의 현실이 고향(?)에서 벌어지는 변화의 흐름과는 다르게 암울한 까닭은, 최근 발표된 정부의 외국인력제도 개선방안이 개선책이 아닌 무조건적 추방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찾아온 조국이 그들에게 준 모진 선물인 것이다. 조선족 할머니에게서 받은 넉넉한 미소가 유난히 정겹게 느껴질 만큼 아쉬운 것은 어떤 이유일까.
![]() 서시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무료한 시간을 때우는 꽃가게 주인. |
![]() 서시장에서 만난 조선족 할머니들. |
![]() 붉은악마의 열풍은 옌볜이라고 해서 수그러들지 않는다. |
![]() 서시장의 조선족 상인들. |
![]() 옌지시 중앙공원 내부. 한때 탈북소년들의 안식처였다. |
![]() 아직도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
![]() 낡은 것을 해체하는 공사 현장은 곳곳에서 쉽사리 눈에 띈다./ 자치주 50주년을 경축하는 광고가 한창인 옌지시 네거리 모습. |
![]() 자치주 50주년을 기념하는 거리 풍경./ 옌지시 공안국. |
옌지=사진·글 임종진 기자/ 한겨레 사진부stepano@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