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나라의 고급문화가 뜻깊게 소통한 한-베 평화예술제 2002 ‘평화의 손 맞잡고’
삿갓을 쓴 검은 아오자이 차림의 여인이 인형극을 시작하자마자 네개의 깃발이 무대 위로 힘차게 솟아오른다. 성조기·오성홍기·프랑스기·일장기…. 그리고 조금 뒤 무대를 오르는 태극기와 베트남기. 여섯 나라의 국기들이 격돌하듯 펄럭이면서 1장의 막이 열렸다.
월드컵 3, 4위전이 열린 지난 6월29일 오후 6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한국-베트남 평화예술제 2002(총연출 박치음)의 프롤로그 주제는 ‘절규’였다. 무려 네 나라에 의해 침략당한 베트남의 역사, 그리고 이유없이 싸워야 했던 한국과 베트남의 운명에 관해 국기들은 절규하는 듯했다.
2000년 7월6일 처음으로 베트남 평화문화제가 열린 이후 2년 만에 공연되는 이번 한-베 평화예술제(베트남평화의료연대, 국제민주연대 베트남전진실위, 나와 우리 공동주최)의 큰 제목은 ‘평화의 손 맞잡고’였다. 2년 전 평화문화제가 우리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처음으로 털어놓는 ‘미안해요 베트남’이었다면, 이번 공연은 좀더 미래지향적인 내용을 담는 그릇처럼 보였다. 공연은 1장 ‘슬픈 만남’, 2장 ‘참회’, 3장 ‘내일은 평화’로 나뉘어, 치밀한 구성과 함께 완성도를 높이려는 연출진의 의욕이 엿보였다.
주최 쪽은 이번 공연을 위해 베트남 호치민시 음악회 타악연주단과 손가어린이합창단을 초청했으며, 베트남 최고의 영화감독인 반레의 다큐멘터리 작품 <수련꽃>을 상영했다. 특히 호치민시 음악회 타악연주단은 한국의 창작타악그룹 ‘공명’과 함께 불굴의 베트남 민족성을 상징하는 듯한 경쾌한 울림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흔들었다.
타악그룹 공명과 함께 한-베 평화예술제에 2회 연속출연한 원일의 피리 소리는 여전히 신기에 가까운 마력적인 음색으로 박수갈채를 받았고, 초등학교 1학년 국악신동 송다빈군의 판소리와 이애주씨의 연꽃춤, ‘학살’을 제목으로 한 한춤공동체의 인형극이 인상적이었다. 베트남의 손가어린이합창단은 한국의 아름나라어린이합창단과 함께 화음을 맞추었다. 또한 해병 출신 참전용사 김영만씨가 무대에 올라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마지막 무대에선 모든 출연진과 해마다 베트남에서 무료진료를 하는 베트남 평화의료연대 회원 등 100여명이 이번 공연의 주제곡 ‘평화의 손 맞잡고’(박치음 작사·작곡)를 열창했다. 2년 전 베트남 평화문화제 공연장인 숭실대에서 항의하던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은 국립극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공연은 한점 살풍경 없이 ‘평화의 손 맞잡고’ 끝날 수 있었다.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글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사진/ 베트남 전통의 타악기를 연주한 호치민시 음악회 타악연주단.


사진/ 총출연진과 베트남 평화의료연대 회원들이 꾸민 마지막 무대. 함께 손잡고 <평화의 손 맞잡고>를 열창했다.
마지막 무대에선 모든 출연진과 해마다 베트남에서 무료진료를 하는 베트남 평화의료연대 회원 등 100여명이 이번 공연의 주제곡 ‘평화의 손 맞잡고’(박치음 작사·작곡)를 열창했다. 2년 전 베트남 평화문화제 공연장인 숭실대에서 항의하던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은 국립극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공연은 한점 살풍경 없이 ‘평화의 손 맞잡고’ 끝날 수 있었다.
![]() 호치민 손가어린이합창단과 한국의 아름나라어린이합창단이 함께 <미안해요 베트남>을 불렀다. |
![]() 베트남을 강점했던 제국주의의 깃발들과 태극기·베트남기가 나부낀 프롤로그 '절규'. |
![]() 87년 6월항쟁 당시 '한풀이춤'으로 유명한 서울대 교수 이애주씨의 '연꽃춤'. |
![]() 제1장 '슬픈 만남'에서 '학살'을 주제로 인형극 놀이를 한 한춤공동체.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글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