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주변에 조성되는 생태공원과 마을 전경. 왼쪽 앞바다에 미국 공군 폭격장이었던 농섬이 보인다. 서재철 제공
“결정했으니 따라오라”식 일방주의
그리고 2020년 수원전투비행장을 매향리 우정읍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국방부는 우정읍 화옹지구로 수원전투비행장 이전 계획을 추진 중이었다. 2014년 수원전투비행장 이전 예비후보지로 우정읍 일대를 일방적으로 지정했다. 이후 이전 계획이 교착상태에 빠졌는데, 2020년 8월 대구 군공항이 경북 의성과 군위로 이전이 결정되면서 이를 계기로 국방부가 수원전투비행장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 매향리는 우정읍의 한 마을이다. 화웅지구는 매향리 바로 옆이다. 전투기가 뜨고 내린다면 화옹지구나 매향리나 같은 영향권이 된다. 그래서 매향리는 다시 전투기 굉음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방부가 주도하는 수원전투비행장이 미군 폭격장으로 50여 년간 고통받았던 매향리 바로 옆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은 2020년부터 조금씩 주민들에게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화성시와 화성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 남병호 화성시 군공항이전대응담당관은 이렇게 말했다. “국방부는 전투비행장 이전을 추진하면서 화성시와 제대로 협의하지 않았다. 2014년 당시 화성시는 이전 예비후보지에서 제외해줄 것을 분명히 전달했다. 그런데 국방부는 이를 무시하고 이전 후보지로 화성시 우정읍 일대를 발표했다.”국방부의 일방주의는 역사가 깊다. 앞서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국방부는 군사시설을 조성할 때 지역과 협의하지 않고 부지를 일방적으로 결정해 밀어붙였다. 1982년 태백산 한가운데에 세운 공군폭격훈련장도 그렇게 결정됐다. 당시 한 공군 소령이 1800만 평의 산림과 산촌마을을 공군폭격훈련장으로 편입시키려고 계획 도면을 긋고 마을과 농경지까지 징발해 주민들을 몰아냈다. 이런 일방주의적 결정 방식이 지금도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수원전투비행장 이전 예비후보지를 선정한 과정을 뜯어보면 ‘국방부는 결정하고 대상 지역은 결정에 따르라’라는 식이다. 여기에 더해 수원전투비행장 이전 계획의 이면에 부동산개발과 토건 논리가 자리잡고 있다. 수원시는 기존 수원전투비행장 부지를 개발하면 20조원가량 확보된다고 한다. 더불어 우정읍으로 이전되는 전투비행장 예정지에 통합국제공항을 추진하자고 한다. 하지만 그곳은 인천국제공항에서 50㎞도 떨어져 있지 않다.평화마을 만들어온 주민들 “죽기 살기로 저지”
미군 폭격장이 나가고 매향리는 평화마을로 자리매김했다. 화성시와 정부의 지원으로 미군 폭격장 부지에 평화생태공원과 평화기념관을 조성 중이었다. 평화생태공원은 거의 완성됐고, 평화기념관은 2021년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2005년까지 매향리 미군 폭격장 폐쇄 운동을 주도한 전만규 매향리 평화마을 건립추진위원장이 매향리 상황을 전했다. “미군 폭격장이 있던 시절 매향리는 전쟁터 한가운데 있었다. 2006년 미군 폭격장이 폐쇄되고 평화가 왔다. 주민들은 전투기가 사라진 뒤 비로소 평화로움을 몸으로 느꼈다. 매향리 사람들은 평화생태공원이 열리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전 위원장은 수원전투비행장의 매향리 인근 이전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다시 매향리 하늘에 전투기 굉음이 울린다면 주민들은 죽을힘을 다해 싸울 것이다. 매향리 주민들은 평화로운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느끼면서 살고 있다. 우리에게 평화는 이념이나 가치관이 아니라 생존이다. 국방부가 다시 매향리 하늘에 전투기를 띄운다면 갯벌에 박힌 폭탄과 불발탄을 우리 손으로 수거해서 국방부 청사로 쳐들어갈 것이다.” 전 위원장은 매향리 미군 폭격장 폐쇄 투쟁으로 네 번이나 구속됐다. 매향리 주민들의 다수가 노인이다. 매향리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전투기로 인한 고통이 너무 끔찍했다. 우리는 죽기 살기로 저지할 것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