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봄날은 꿈이런가
등록 : 2002-04-03 00:00 수정 :
아랍연맹의 평화안에도 보복전쟁 지속… 어린이 마음에 평화의 햇살을 비춰다오
중동은 여럿이 함께 살 수 없는 곳인가. 지난 3월28일 아랍연맹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중동평화안을 기초로 ‘베이루트 선언’을 채택했다. 이스라엘 건국 54년 만에 처음으로 아랍권이 공동의 뜻을 모아 “이스라엘과 공존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선언을 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은 중동에 평화의 싹이 틀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방의 선언만으로 평화에 대한 염원은 효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27일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테러에 대한 보복을 감행한 것이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적’으로 규정한 이스라엘의 아리엘 샤론 총리는 아라파트의 29일로 예정됐던 아랍정상회담 참석을 가로막았다. 게다가 탱크와 화기를 동원해 아라파트 집무실이 있는 라말라를 침공해 아라파트의 목숨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슬람 무장단체와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도 여전히 보복항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아랍연맹의 평화안을 거부하면서 무력항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무력에 의한 보복을 꿈꾸는 세력이 있는 상황에서 중동 평화는 요원하다. 이런 보복의 악순환은 현재에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다. 분노의 핏방울을 보면서 자라는 아이들의 가슴에 보복의 다짐이 새겨질 것임에 틀림없다. 중동에 평화의 햇살이 비추어 어린이들이 웃음꽃을 피울 날은 정녕 언제쯤일까.
사진 GAMMA ·글 이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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