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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엉뚱공작소로 다시 태어난 빈 교실

광주 마지초의 상징 공방,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공구 들고 학교 고치며 창의성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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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7 13:10 수정 : 2019-10-0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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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4일 광주 광산구 마지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실과 수업 시간에 학교 안 ‘엉뚱공작소’에서 모니터 받침대를 만들고 있다. 학생들 뒤에서 김황 선생님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학생과 선생님이 힘을 합쳐 학교를 새로운 공간으로 바꿔나가는 광주 광산구 목련로 마지초등학교를 찾았다. 그 겉모습은 평범하다 못해 제법 낡아 있었다. 다소 실망한 마음을 누르고 학교 건물로 들어갔다. 실내화로 갈아 신고 한 계단씩 올라가자 낯선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2층 한가운데 ‘도란도란 쉼터’에선 아이들이 앉아 쉬거나 엎드려 책을 보고 있었다. 그 옆 복도에선 학생들이 직접 만든 탁구대에서 탁구를 치고 있었다.

마지초등학교 선생님들은 ‘하지 말라’는 제약을 줄이고 ‘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을 공간 혁신의 첫걸음으로 삼았다. 복도에서 뛸 수 있게 했고, 유리창에 낙서를 허용했다. 학생들은 직접 학교의 이곳저곳을 뜯어고치면서 손으로 만드는 재미에 눈떴다. 공구와 재료를 가지고 무언가를 제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이 학교의 상징인 ‘엉뚱공작소’가 만들어진 이유다. 엉뚱공작소에는 목공용 작업대와 전동드릴·톱 같은 공구, 3차원(3D) 프린터 같은 첨단 장비까지 있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엉뚱공작소에 들러, 저마다 필요한 걸 만든다. 머리띠나 냄비받침처럼 실생활에 유용한 도구를 주로 만든다.

공간도 바뀌었다. 창고 같았던 빈 교실은 포근한 보금자리이자 창작물을 탄생시킬 공방으로 다시 태어났다. 유혜경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 스스로 공간을 바꿔본 경험은, 자존감을 높이고 성공을 체험하게 한 좋은 시도였다”고 뿌듯해했다. “우리 학교의 여러 ‘엉뚱아지트’들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다. 사막 같은 학교에 나무를 심고 그 나무 그늘 아래서 친구들과 지내면서 행복함을 느낀다.” 6학년 4반 김윤민 학생의 자랑이다.

학생들이 나무로 만든 전기자동차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모니터 받침대를 들어 보이며 웃는다.
‘푸른솔꿈 나눔터’에서 한 학생이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친구들이 보고 있다.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모아 만든 ‘도란도란 쉼터’에서 놀고 있다.
쉬는 시간, 복도에 설치된 탁구대에서 학생들이 탁구를 치고 있다.

광주=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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