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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 격화하자 군 투입 가능성 비쳐
등록 : 2019-08-02 15:41 수정 : 2019-08-02 15:44
중국과 인접한 홍콩 위안랑에서 7월27일 헬멧과 보안경, 마스크를 쓴 홍콩 시민이 난볜웨이 마을 출입문을 열어 들여다보고 있다. 위안랑역에선 7월21일 흰 셔츠를 입은 괴한 수십 명이 송환법 반대 집회를 마치고 돌아가던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수십 명이 다쳤다. 난볜웨이 마을엔 테러에 가담한 용의자가 여럿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에서 범법자를 중국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해 3월31일 시작된 시위가 군 투입까지 거론되는 충돌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6월 들어 100만 명 넘는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나오며 7월9일 캐리 람 행정장관의 송환법 폐기 선언을 끌어냈지만, 홍콩 시민들은 이를 믿지 못한다.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임명한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와 송환법 완전 폐기, 경찰의 과잉 진압 규명을 위한 독립위원회 설치, 행정수반과 입법회 직선제 실시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왔다.
한데 7월21일 중국 본토와 이웃한 위안랑 전철역에서 흰색 티셔츠를 입은 수십 명의 괴한이 시위를 마치고 돌아가던 시민들을 무차별 폭행하는 ‘백색테러’(권력자나 지배계급이 반정부 세력이나 혁명 운동에 가하는 테러)가 벌어졌다. 괴한들은 삼합회 등 폭력조직과 연계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괴한들이 테러에 앞서 경찰 간부와 이야기하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개되기도 했다. 분노한 시민들로 시위가 더 격화되자, 중국 당국은 인민해방군 투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국군은 홍콩이 반환된 1997년 7월부터 1만 명 안팎 규모로 홍콩에 주둔해왔다.
‘일국양제’(1국가 2체제)를 유지해온 홍콩에서, 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자유로운 홍콩”(free Hongkong)을 외치고 있다. 홍콩 주둔군은 7월27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 계정에 주둔군의 전투 훈련과 도심 시위 진압 훈련 모습이 담긴 3분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이 동영상에는 ‘프리 홍콩을 외치는 홍콩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경고’라는 댓글이 달렸다. 1989년 6월 중국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민주화 요구 시위를 벌인 학생과 시민들에게 장갑차를 앞세운 군을 투입해 진압했던 중국 당국은, 30년 만에 또 한 번 유혈 사태를 낳을 수도 있는 위태로운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흰 티셔츠를 입은 괴한들이 7월21일 위안랑역에서 시위를 마치고 돌아가던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있다.
홍콩 경찰이 7월30일 콰이청 경찰서 앞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이다 구금된 시위자들에게 폭동죄를 적용하는 것에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홍콩 당국은 이 총은 실탄이 아니라 콩알탄을 쓴다고 해명했다.
7월28일 홍콩 중심부에서 시민들이 평화 행진 중 벌어진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 시위 참가자가 7월27일 위안랑에서 ‘위안랑 백색테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다쳐 피를 흘리고 있다.
홍콩 퀸엘리자베스 병원에서 7월26일 공공 병원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종사자들이 위안랑 테러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여해 박수 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이 7월26일 홍콩 공항에서 위안랑 테러를 규탄하는 ‘레넌 월’ 운동의 하나로 메모지에 글을 적어 사람에게 붙이고 있다.
7월28일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를 마친 참가자들이 더 많은 시민이 지하철을 타고 현장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객차 문을 잡은 채 출발을 지연시키고 있다.
홍콩=사진 로이터·AFP·CNA 화면 갈무리
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