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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힘센 누렁이를 누가 당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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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3-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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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 이서면 서원천변에서 열린 청도 소싸움 축제

“이봐 박 서방, 난 누렁이한테 막걸리 한되 걸겠네.”

“좋아, 그럼 난 검둥이한테 검세.”

새싹을 틔우려는 봄볕 옆에서 함께 온 손자놈이 재롱스럽게 하품할 때, 박 서방과 변 서방은 “받아라”, “찍어라” 소싸움 응원하느라 목젖이 떨어진다.

힘좋고 뿔걸이와 떠받기를 잘해 ‘부사리’라 불리던 누렁이와 검둥이는 서원천변에 모인 박 서방과 변 서방의 응원에 신이 나서 육중한 몸짓을 하며 상대방 급소를 찾아 이곳저곳 공격해본다. 결코 물러서지 않으려는 듯 머리를 맞대고 용을 쓰며 눈만 끔벅끔벅거린다.

하늘 가운데에서 싸움판을 구경하던 해님도 잔뜩 긴장이 되어 열기를 뿜어본다.


입가에 허연 거품을 내뿜던 검둥이가 뒷배가 들쭉날쭉 똥을 싸며 슬그머니 뒷걸음치고 줄행랑친다. 기세를 올리던 박 서방의 목소리도 바람이 빠진다.

서원천변은 신바람이 휘휘 돌아 시냇가를 따라 들녘으로 퍼져간다.



봄볕 아래 소싸움을 즐기려고 찾아온 사람들이 빼곡하다.

  


힘이 부쳐 도망가는 상대방을 쫓는 승자의 기세.





망원경을 통해 박진감나게 구경하는 촌로.

  


싸움판 밖에서 출전을 기다리는 소.





동네사람들과 올망졸망 모여 구경하는 구경꾼들.

  


싸움판 한쪽에서 막걸리잔을 기울이는 노인들.



사진·글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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