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북녘 땅이 바라보이는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 군 철책 앞에서 슬픔에 잠겨 있다.
길원옥 할머니가 목함에 넣을 소원목을 들어 보인다.
길원옥 할머니가 고향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다.
김포매향문화제 참가자들이 통일 뒤 꺼내볼 소원목을 목함에 넣고 있다.
길원옥 할머니가 평소 신던 신발과 시민들의 희망을 담은 소원목이 펼쳐져 있다.
길원옥 할머니가 군 철책 넘어 북녘 땅을 바라본다.
길원옥 할머니가 북녘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_ 길원옥
“엄마, 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눈을 감으면 어느새 나는 내 고향, 평양 집 마루에 앉아 있습니다. 아 달콤한 냄새, 기분 좋은 바람, 해가 산꼭대기로 넘어가려는데, 머리 위에 잔뜩 물건을 이고 장사하러 나간 엄마는 아직 돌아오지 않습니다. 어느덧 어둠이 우리 집 마당을 덮기 시작합니다. 그 어둠 앞에 엄마 모습 희미하게 보입니다.
“원옥아~” 아, 정말 내 엄마입니다.
“엄마~!” 엄마 품에 안겨본 지 언제인지, 그 품속으로 달려가 봅니다. 그런데 엄마는 금방 어둠 속으로 안개처럼 흩어져 버리고 열세 살 어렸던 원옥이는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손등에 주름이 서려 있는 90세 할머니가 홀로 어둠 앞에 서 있습니다.
“엄마, 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열세 살 그때 일본 군인들이 하루에도 수십 명씩 내게 달려들어도 엄마 생각하며 이겨냈어요. 집으로 돌아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나는 살고 싶어 버둥거렸어요.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일본 군인들에게 내 몸 수십 번, 수백 번 빼앗기며 울고 또 울었던 그 날들을 엄마에게 토해내며 실컷 울고 싶었어요. 엄마 품에 안겨 울기만 해도 내 아픔 다 나을 것 같았어요. 그러나… 엄마 나는 지금 길을 잃어버렸어요. 집으로 가는 길이 막혀버렸어요.
“집을 떠난 지 어느덧 75년이 지났습니다.” 그 무섭고 끔찍했던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되었다네요…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이 이다지도 멀까요? 아직도 나는 해방을 기다려야 하나요? 그래도 엄마, 나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집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며, 일본 정부에게 해결을 바라며, 70년 동안 하루하루를 쉼 없이 달려왔어요.
“나 올해는 꼭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
나 올해는 꼭 일본 정부에게 사죄를 받을 것입니다.
나 지금 비록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엄마… 우리 곧 만나요.
*길원옥 할머니의 육성 편지는 ▶이곳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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