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광화문 캠핑촌 주민입니다. 풍전등화의 나라를 구하셨던 장군님이 곁에 계실 뿐, 저희에겐 그런 기개는 없습니다. 낙엽처럼 얇고 바삭거리는 우리, 그래서 힘있는 자들에게 부서졌던 우리, 동료와 아이들을 무참히 잃고 진실마저 잃어 길에서 울어야 했던 우리는 광장을 점거했습니다. 낙엽깃발을 높이 듭니다. ‘그분’의 믿음을 따라 퇴진 ‘부적’을 붙입니다. 꼭두각시 정권의 퇴진으로, 이제는 웃으려 합니다.
너무 비싼 땅이라 그런 것인지, 권력자의 턱밑까지 너무 다가간 탓인지, 싸구려 텐트를 치는 일은 험난했습니다. 찢어지고 빼앗기는가 하면, 비 오는 날 비닐을 씌우는 것마저 막아 난리법석을 떨었지요.
지하철 노동자 황철우, 해고노동자 김소연, 그래픽디자이너 오진호씨가 담소를 나눕니다.
캠핑촌 입주민들은 각자 텐트를 꾸미고, 각자의 장르와 요구에 따라 그에 맞는 그림 퍼포먼스 춤을 선보입니다. 지나가는 시민과 대화하고 붓글씨를 써주기도 하지요.
저녁엔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엄보컬과 김선수’의 연주에 흥이 난 아빠와 아이가 즉석에서 춤을 추고 있군요.
전통무용가 하애정씨가 즉석에서 맨발로 ‘퇴진 부채질 춤’을 추고 있습니다.
캠핑촌의 이른 아침. 아침 9시면 ‘촌민회의’가 열립니다.
촌민들로 구성된 ‘새마음애국퉤근혜자율청소봉사단’. 이름이 너무 거룩하고 길어서 취재하는 기자도, 진압경찰도 대략 난감한 표정을 짓습니다. 날마다 청와대 앞을 청소하러 갑니다. 너무 더러운 곳이라고 원성이 자자해서요.
시사만화가 이동슈씨가 걸개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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