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양육단체 한국컴패션의 권유를 받고 케냐 어린이를 일대일로 후원하고 있는 김경애 <한겨레> 기자가 8월 초, 8박9일 일정으로 다른 후원자 20여 명과 함께 나이로비 일대 빈민가를 살펴보고 돌아와 글과 사진을 보냈다. _편집자
아프리카 전통 리듬의 춤사위 속에 스와힐리어로 환영의 노래를 부르며 한국컴패션 후원자들을 맞는 젊은 엄마들과 아이들. 이들은 카왕과레의 한 컴패션 어린이센터를 통해 ‘태아·영아 생존 프로그램’의 관리를 받고 있다. 이 중에는 무상 치료와 관리를 받는 HIV 보균자들도 있다.
하지만 이곳 엄마들은 당당하고 긍정적인 자존감이 넘쳐나 보였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무사히 아이를 낳은 이들은 컴패션 프로그램을 통해 익힌 아이 양육법과 재봉질, 요리, 수공예 등 직업기술을 활용해 아이를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이들은 육아공동체로서, 아이를 사랑하는 법을 서로 배우며 실천하고 있었다.
저마다 3살 미만의 아기를 안고 후원자그룹 환영모임에 나온 카왕과레 빈민가 엄마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고 당당했다. 그동안 다양한 컴패션의 양육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감과 자존감을 깨우친 이들은 아기에게도 특별히 예쁜 새옷을 입혀 데리고 왔다.
카왕과레 지역은 케냐 수도 나이로비 10여 곳에 퍼져 있는 빈민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으로 80만 명이 밀집해 산다. 치안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빈민가에서 외부인들은 사설 경호업체의 총으로 무장한 남녀 경호원들에게 호위를 받아야만 걸어다닐 수 있다.
컴패션 어린이센터 예배당과 사무실 사이 뒷마당에서 젊은 엄마들이 재봉질과 수공예 등 갖가지 손재주로 물건을 직접 만들어 파는 장터를 열었다. 아이들도 데리고 와 어울려 노는 한쪽에서 손만두 같은 즉석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는 육아공동체 잔칫날이기도 했다.
컴패션의 ‘태아·영아 생존 프로그램’에 따라 에이즈 치료 관리를 받고 있는 엄마와 두 살 된 딸. 임신 단계에서 조기검진으로 HIV 보균을 확인하고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복용하고 감염을 더욱 최소화하기 위해 제왕절개수술을 진행해 모태 수직감염을 피한 덕분에, 아기는 정상적으로 태어나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엄마 역시 적절한 영양관리와 무료 치료약을 정기적으로 받으며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컴패션 어린이센터는 엄마와 아기들 모두에게 안전하고 신나는 놀이터였다. 엄마들이 모여 수다와 함께 일을 하는 동안 아기들은 숨바꼭질도 하고 밥도 먹으며 맘껏 놀았다. 절대빈곤층인 대부분의 후원 대상 어린이들에게 센터는 하루 한 끼나마 먹을 수 있는 생존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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