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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전쟁, 더 지독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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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1-2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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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돼버린 도시 카불, 그래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

9·11 테러의 보복으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수도 카불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쏟아지던 폭격도 잠잠해지고, 탈레반은 퇴각로를 찾고 있다.

이렇듯 전쟁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전쟁의 상흔은 곳곳에 남아 있다. 수백년 동안 이어진 크고 작은 전쟁 속에서도 형체를 가지고 있던 카불의 건물들은 이제 앙상한 흔적만 남거나 잿더미에 묻혀버렸다. 수도로서의 면모를 추억으로 간직한 채 폐허의 도시가 되고 만 것이다. 그래도 카불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잿더미를 헤치며 일상 속으로 돌아오고 있다.

폭격과 화염에 익숙한 그들이기에 간헐적인 총성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는다. 당장 먹고살아야 하는 일상의 고달픔이 있을 뿐이다. 어쩌면 전쟁보다 지독한 일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쟁은 폭격이 멎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던 건물들은 주검이 깔린 거대한 공동묘지로 변했다. 그 옆에는 폭격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카불 사람들은 바로 그곳에서 겨울을 나야 한다. 지독한 한파를 피할 수 있는 시설도 잃어버린 사람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그들의 고통은 오래 지속될 뿐이다. 그곳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사람들의 전쟁 같은 나날을 들여다본다.




참혹하게 숨진 군인들의 주검이 카불 곳곳에 방치되어 있다.

  


잿더미로 변한 마을 어귀에 남은 철봉위에서 몸을 놀려보는 카불 시민들.





그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오랜 굶주림을 채워줄 먹을거리이다.

  


미군이 무작위로 공중살포한 구호품을 줍는 사람들.





미군 폭격으로 페허가 된 주거지 사이로 두 여성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폭격에 손발을 잃고 살아남은 사람들에겐 당장 의족이 필요하다.



사진 GAMMA
글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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