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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오늘이 장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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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1-1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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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겹던 옛날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변함없이 장터에 갑니다

사진/ 장꾼들이 안개 가득한 새벽장을 열고 있다(충북 삼송).
“할아버지 어디 가세요?”

“장에 간다!”

“할머니, 오늘 어디 가시는데 아침부터 이렇게 꽃단장을 하세요?”

“으응, 오늘이 장날이거든….”

닷새에 한번씩 돌아오는 시골 장날.


이제는 그 아련한 설렘도 사라져가고, 북적거리던 장터의 추억도 사라져간다.

새벽 안개를 열며 뿌연 신작로를 지나 모여들던 장꾼들도 확성기를 단 트럭에 밀려 하나둘 사라지고 장터에서 흥겹게 울려퍼지던 육자배기도 사라져가고 있다.

발전하지 못하는 문명은 썩어가겠지만 잊혀지는 문명은 서럽다고 하지 않았던가.

장에 나가 머리를 다듬고 파마할 기대에 부푼 할머니와

장터 빈대떡에 막걸리 한 사발이 그리운 우리 할아버지는

콩 한 자루, 배추 몇 포기를 머리에 이고 장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를 타고 장으로 가는 할머니들(경기도 가평)

  


장터 곳곳에서는 빈대떡에 막걸리를 나누며 세상사는 이야기가 펼쳐지고…(충남 한산)





미장원에 들러 파마를 하고 머리가 다 되는 동안 장터에 나와 정담을 나누고 있는 할머니(충북 보은)

  


햇볕은 따갑고 장사는 안 되고…(충북 삼송)





바지저고리 차림으로 장에 나온 할아버지(충북 보은)

  


"옥수수 사 가시우! 우리집에서 딴 옥수수라 맛이 있어요!"(경기도 가평)





날이 채 밝지 않았어도 장은 벌써 한창이다(충북 한산)



사진 임종진/ <말> 전 사진기자
글 강재훈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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