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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배고픔 없는 평화의 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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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0-2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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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국경지대에 있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촌에서 굶주림에 지친 사람들

“누가 이기든 상관없다. 탈레반 정권이든 반군 북부동맹이든,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르 알 이슬람(Dar al-Islam), 곧 평화의 땅’, 밥 그리고 따뜻한 집.” 페샤와르, 퀘타 그리고 샴사투 캠프 등 파키스탄에 있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촌에서 만난 사람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환한 웃음과 선한 눈동자의 난민촌의 어린이들. 그들에게서 전쟁의 공포와 배고픔 등을 떠올리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신발을 신지 못해 바늘조차도 뚫지 못할 발바닥의 굳은살과 제대로 먹지 못해 갈비뼈가 보이는 가슴팍을 드러내놓곤 했다. 유엔에 따르면, 오랜 전쟁의 상처로 아프가니스탄 인구 2600만명 가운데 난민이 모두 460만명이나 된다. 더욱이 지난 3년간의 내전과 최악의 가뭄 등으로 인해 아프가니스탄은 지금 최악의 처지에 놓여 있다. 그 여파로 5살 이하의 어린이 150여만명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파키스탄에 있는 모든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게 미국의 공습이나 내전은 당장의 고통이 아니다. 그들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는 먹고사는 것이다. 이제 채 한달이 지나지 않아 혹독한 추위의 겨울이 시작된다. 얼마나 가혹한 희생이 뒤따라야 이들을 절망의 수렁에서 구할 수 있을까. 환희와 희망, 평화 등을 갈구하며 화려한 불꽃놀이를 펼치며 요란법석을 떨던 대망의 2001년이 새로운 전쟁으로 마무리될 지경에 이르렀다. 누가 과연 난민촌의 그들에게 고통을 강요하고 있는 것일까.




퀘타의 난민촌. 고통과 배고픔에 찌든 삶 속에서도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의 웃음은 애처롭기만 하다.

  


구호를 기다리다 지친 아이. 아프가이스탄에는 계속된 내전 속에 5살 이하 150여만명의 어린이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최소한의 생존을 유지시켜주는 구호품. 한 방울의 기름, 쌀 한톨이 이들에겐 더없이 귀중하다.

  


불편한 잠자리, 미래에 대한 불안. 하지만 현재 그들의 가장 큰 걱정은 당장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라왈핀니 난민촌 내 난민들의 무덤과 소녀.



파크시탄=사진·글 이종근 기자/ 한겨레 사진부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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