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 칼바람이 만들어낸 별미
우리나라 황태 70% 생산하는 강원 인제군 용대리 덕장들…
온난화로 외국산 명태 쓰지만 애주가 홀리는 맛은 여전
등록 : 2010-02-03 14:41 수정 : 2010-02-04 17:26
강원 인제군 용대리 황태 덕장에서 주민들이 명태 널기에 한창이다.
진부령과 미시령이 갈라지는 강원 인제군 용대리. 내설악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지나 큰길을 조금만 벗어나면 여기저기 대형 덕장마다 빽빽이 걸려 있는 명태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밤에는 영하 20℃ 밑으로 떨어지고 낮에도 영상을 넘지 못하는 기온, 많은 눈으로 인한 습기, 적당한 햇빛과 차가운 바람이 이곳 용대리를 황태 생산의 최적지로 만들어놓았다. 여기서 생산된 황태는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추운 겨울의 햇살을 받으며 얼기와 녹기를 수차례 반복하면 질 좋은 황태가 된다.
그러나 한류 어종인 명태는 온난화와 어족자원의 고갈로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잡히지 않는 어종이 됐다. 황태도 이젠 대부분 러시아와 일본에서 잡아온 명태를 쓴다. 매년 1~2월 러시아와 일본 근해에서 잡은 명태는 속초에서 속을 따내고 냉동 기간을 거친 뒤 이곳으로 옮겨져 12월부터 건조 작업을 시작한다. 3개월 동안 덕장에서 찬 공기를 맞으며 스무 번 이상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 노릇한 속살을 가진 황태가 완성된다. 특히 올해같이 추운 날이 많은 겨울을 보낸 황태는 품질이 좋아서 이곳 주민들은 벌써부터 최상품 황태를 수확할 기대에 차 있다.
황태는 마른 생선이지만 방망이질이 필요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육질을 자랑한다. 누군가의 밥상에서는 담백한 국물로, 또 어딘가에선 양념옷 잘 입고 고소하게 구워져 애주가들을 유혹하는 술안주로 태어난다. 엄동설한과 칼바람이 빚어낸 최고의 맛, 겨울철 건조 작업이 한창인 인제의 황태 덕장을 가봤다.
새로 들어온 명태를 정리하고 있는 주민. 이 명태들은 러시아산이 대부분이다.
덕장 한구석에 차려진 모닥불을 쬐며 잠시 추위를 녹이는 주민들.
명태를 널고 있는 한 주민의 입김이 추운 날씨를 가로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