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1일 오후 ‘용산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 앞. 용산철거민참사범국민대책위 소속의 한 아주머니가 인도에 쭈그리고 앉아 소금에 절인 배추를 찬물에 씻고 있었다. 매일 김치를 담근다고 했다. 족히 20포기는 돼 보였다. 비닐 천막 안에서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 신부들이 단식 농성을 하고 있었다.
뉘엿뉘엿 해가 지면서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서울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돌아온 사람, 법원에 다녀온 유족 등이 속속 모였다. 저녁 7시가 되자 사제단의 집도로 추모미사가 열렸다. 이광휘 신부는 용산 참사 문제를 해결할 당사자인 정부와 검찰, 경찰이 유가족들의 바람대로 속 시원하게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촉구했다.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이제 9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시청 앞에서 노숙하고 계신 분들, 남일당에 계신 분들 건강을 해치실까 걱정되는 요즈음입니다. 이제 여러분에게는 더 이상 흘릴 눈물도 남아 있지 않고 경찰과 검찰, 재개발조합을 용서해줄 여지조차 남아 있지 않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저도 더는 여러분께 저들을 용서해주고 미워하지 말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문규현 신부는 10월22일 단식 열흘 만에 쓰러져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다. 문 신부는 단식을 시작하며 “용산 참사 문제를 해결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진짜 대통령이 아니겠어요. ‘마음 좀 바꿔주시라’고 얘기했고, 답할 때까지 단식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대통령도 장로님인데, 하느님이 하라고 하면 하겠지요”라고 말했다.
용산 참사는 재개발 정책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응축된 사건이다. 골목 끝자락에 재개발로 완공된 초고층 아파트의 웅장한 모습과 길바닥에 나앉은 추모미사 참가자들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다섯 구의 주검은 장례식을 치르지 못한 채 270일이 넘도록 순천향대병원 영안실 냉동실에 보관돼 있다. 밤 9시를 넘겨 미사가 끝나고 사람들이 흩어졌다. 유가족 5명은 남일당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임시 거처로 발길을 재촉했다.
이날 오후 검찰은 용산 참사와 관련해 철거민 9명에게 징역 5~8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검사는 구형에 앞서 1시간여 동안 준엄한 목소리로 의견을 밝혔다. “폭력으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여긴다면 사회적 약자들이 모두 화염병을 들고 거리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불법 행위로 형사처벌을 받는 것보다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농성을 한 피고인들을 엄단하지 않으면 제2의 용산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날 변호인단은 “화재 원인을 알 수 없고, 경찰 진압이 적법하지 않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 직후 김형태 변호사는 “경찰 지휘부 책임은 다 빼고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물었다, 일반 사건처럼 8년씩이나 구형하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10월28일 오후 2시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다.
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10월20일 서울 용산 참사 현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집도로 추모미사가 열렸다. 미사에 참가한 유족의 머리에 달린 흰색 근조 리본이 시선을 끈다.
참사 현장인 남일당 건물에서 농성 중인 유족 가운데 한 아주머니가 김치를 담그기 위해 소금에 절인 배추를 씻고 있다. 옆으로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유족들이 머무는 남일당 인근 건물 벽에 참사 이후 경과한 일자가 펜으로 적힌 달력이 걸려 있다.
이날 오후 검찰은 용산 참사와 관련해 철거민 9명에게 징역 5~8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검사는 구형에 앞서 1시간여 동안 준엄한 목소리로 의견을 밝혔다. “폭력으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여긴다면 사회적 약자들이 모두 화염병을 들고 거리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불법 행위로 형사처벌을 받는 것보다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농성을 한 피고인들을 엄단하지 않으면 제2의 용산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용산 참사 현장에서 매일 저녁 7시 미사가 열린다.
서울광장 앞에서 유족이 1인시위를 마치고 이동하던 중 경찰이 유족의 피켓을 빼앗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10월20일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용역깡패 폭력경찰 추방의 날’ 선포 집회에 참가한 유족들.
남일당 건물에 분양소와 천막농성장이 불을 밝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