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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가난한 동네에 예술이 떴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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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10 00:00 수정 : 2009-01-0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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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 명의 작가들이 펼친 공공미술사업으로 담벼락도 계단도 즐거워진 이화동

▣ 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를 나와 한국문예진흥원 골목으로 들어간다. 이어 솟대박물관에서 왼쪽으로 가다가 한독약국에 다다르면 오른쪽으로 가파른 언덕과 계단으로 이어진 가난한 동네가 시작된다. 종로구 이화동이다. 서울의 중심에 있고 문화의 거리 대학로와는 지척이지만 정작 문화적으로 고립된 곳. 젊음과 아름다움과 문화는 대학로 거리에서 끊어져 뒤편에 자리한 언덕과 골목까지는 오르지 않았다.

서울 시내를 향해 나갈 것 같은 백민섭의 설치작품 <가방 든 남자와 강아지>.

낙산으로 더욱 알려진 이곳에 2006년 문화관광부 산하 공공미술 추진위원회와 종로구가 ‘소외지역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미술사업’을 시작하면서 변화가 일었다. 70여 명의 작가들이 모여들어 2500여 개의 작은 봉제공장들이 뿜어내는 재봉틀 소리 사이로 계단을 따라 꽃이 피어나게 했고, 시내 전경이 보이는 산책로엔 멋진 조각들을 이었다. 미소를 자아내는 표지판도 설치하고, 삭막하기만 한 담벼락도 아름다운 벽화로 장식했다. 좀처럼 찾지 않던 젊은이들도 찾아오고 일부러 이곳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길거리와 골목이 미술관이고 이곳에 사는 주민 모두가 관람객이다.


이곳의 작품은 부잣집 창고에 처박힌 비싼 작품이 아니다. 그렇지만 아랫동네 대학로와 이곳 이화동을 섞고, 잇고, 함께 어울리게 하는 진정한 예술품이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예쁘게 물들인 고선경의 <꽃계단>.

가정집 벽을 장식한 고선경의 <야 신난다>.

한젬마의 <파출소 프로젝트>가 설치된 혜화경찰서 동숭치안센터.

동네 한 구멍가게의 벽에 그려진 박종해의 <봉제인 존경의 벽>은 이곳이 봉제공장 밀집지역임을 말해준다.

딱딱한 도심에서 피식 웃음이 묻어나는 송주철의 다양한 <표지판>들.

벽화 앞으로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서울시립대 조소과 학생들의 작품 <가족과 연인>이 산책길 꼭대기에서 서울을 내려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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