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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전쟁하지 마세요, 1톤을 끄는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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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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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읍= 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따가운 햇살이 피부로 파고든다. 땅 밑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숨이 턱턱 막힌다. 물집이 터져버린 발바닥으로 찌를 듯한 고통이 올라온다. 오르막길이다. 1t짜리 돌을 끌고 올라가기엔 너무 벅차다. 이때 선두가 외친다. “반전!”. 뒷사람들이 받는다. “평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목소리를 더욱 높인다. “반전, 평화, 반전, 평화…!” 더위와 구호에 취해 어느덧 언덕을 넘었다.

국제반전평화순례 ‘스톤워크 코리아 2007’의 참가자들이 전북 정읍시 황토현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지난 4월29일 부산을 출발해 김해, 밀양, 합천, 광주 등을 거친 국제반전평화순례 ‘스톤워크 코리아 2007’(StoneWalk Korea 2007)의 도보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UNKNOWN CIVILIAN KILLED IN WAR’(전쟁에서 숨진 무명의 일반인)라는 글귀가 새겨진 추모비를 끌고 5월30일엔 평택, 6월10일엔 서울 그리고 6월15일엔 판문점까지 그날의 의미에 맞춰 발걸음을 이어간다. 판문점에선 끌고 온 추모비를 세울 예정이다.

올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스톤워크 행사는 1999년 미국의 평화단체인 피스애비(Peace Abby)와 9·11 사태 희생자들의 유족 모임인 피스풀투모로스(Peaceful Tomorrows)에 의해 시작됐다. 영국과 아일랜드, 일본 등지에서 다섯 차례 진행돼 인종 간의 갈등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평화를 염원했다.


이번 한국 행사에는 일본의 평화단체 회원 11명이 참석해 일본의 과거사 사죄와 한반도의 평화를 갈망하며 행진을 함께한다. 그리고 각 지역의 시민단체들과 함께 수레를 끌며 국제적인 연대의 길도 모색한다.

하루 일정을 시작할 때와 끝낼 때에는 참가자들이 추모비에 손을 얹고 묵념을 한다.

때이른 더위가 한창인 5월22일, 순례단은 동학농민운동의 중심지인 전북 정읍을 지나 부안으로 향했다.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던 돌이 한발한발 전진했다. 거대한 돌을 한 사람이 움직일 수 없듯이 평화도 여럿이 함께 걷는 걸음임을 깨닫게 한다.

힘겹게 오르막을 오른 뒤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한 정읍 시민이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 인사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참가자들.

강제징용 아버지의 유골을 들고 참가했던 재일동포 조소환씨가 물을 마시고 있다.

다카오씨가 휴식시간에 발마사지를 하고 있다.

이토씨가 그동안 걸어온 지역을 지도에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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