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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산호초 섬, 코코넛 게 익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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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28 00:00 수정 : 2010-02-0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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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에서 멱 감고 코코넛 물 마시며 무인도에 정착한 사울라시 가족

▣ 푸알리페케(투발루)=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사울라시 아모사 가족이 상륙하면서 무인도는 유인도가 됐다. 지난해 12월 사울라시 아모사(36)는 아내 비키(35)와 두 딸 모르씨(10), 파와(일곱 달)를 데리고 푸알리페케섬에 들어왔다.

푸알리페케는 투발루의 수도 푸나푸티섬에서 10여km 떨어진 산호초 섬. 사울라시는 가족이 타고 온 배를 돌려보냈다. 이제 혼자 힘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 섬에 고립된 사울라시는 ‘오래된 미래’로 돌아왔다. 판다누스 나뭇잎으로 전통 가옥을 짓고, 초호(lagoon)에서 멱을 감고, 코코넛 물로 목을 축인다. 주식은 코코넛이다.


별미도 하나 있다. 코코넛을 먹고 사는 코코넛 게다. 낮에는 코코넛을 마당에 뿌려놓은 뒤 코코넛을 먹으러 온 게를 주워담기만 하면 된다. 밤에는 코코넛나무에 달라붙어 있는 게를 손수 잡아야 한다. 2월27일 밤, 사울라시는 섬을 한 바퀴 돌며 ‘게 사냥’을 했다. “꼬리 부분에서 머리 부분으로 잽싸게 움켜잡으면” 게는 꼼짝 못한다. “그믐이면 더 큰 놈들이 나오는데….” 사냥을 마친 사울라시가 판다누스 나뭇잎으로 불을 지폈다. 코코넛 게 7마리가 양동이 속에서 요동쳤다. 판다누스 나뭇잎 속에서 빨갛게 익은 코코넛 게는 달콤하고 고소했다.

사울라시 가족은 푸알리페케섬의 유일한 거주자다. 작은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이 채 안 걸린다.

섬에 무성한 코코넛나무는 사울라시 가족의 모든 것이다. 코코넛 열매는 튀겨먹고 코코넛 물은 식수로 마신다. 나무에서 수액을 받아 술로 마시기도 한다.

작은 섬에는 코코넛 게가 지천이지만, 사울라시 가족에겐 자급자족용일 뿐이다. 사울라시는 “먹을 만큼만 잡는다”고 말했다.

코코넛 게의 껍데기는 돌처럼 딱딱한데, 이보다 더 딱딱한 코코넛 껍데기로 깨뜨린다. 코코넛 소스에 찍어먹는 게살맛은 달콤하고 고소하다.

사울라시는 10살 난 딸 모르씨에게 그네를 만들어줬다.

일곱 달 된 파와는 자연을 벗 삼아 성장한다.

모르씨의 유일한 친구는 강아지다. 강아지의 유일한 친구도 모르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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