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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날아라 태권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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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07 00:00 수정 : 2010-02-0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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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에 울려 퍼지는 할머니 태권도 시범단의 쩌렁쩌렁한 기합 소리…앞지르기와 발차기하며 땀 흘리고나면 속이 확 풀리니 사는게 즐거워

▣ 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인천시 부평구 부개1동 서강대 체육관(관장 윤여호)에 오전 10시가 되자 하얀 도복에 검은 띠를 두른 할머니들이 정렬하기 시작한다. 정권을 지르면서 ‘얍! 태권도! 태권도!’를 외치는 기합 소리가 체육관 밖 도로까지 쩌렁쩌렁 울려퍼진다. 앞지르기와 발차기를 몇 번씩 하고 나면 숨이 가슴팍까지 차오른다. 이내 체육관은 20여 명의 할머니들이 내뿜는 열기로 뜨거워진다.

지난 1988년에 창단된 뒤 매일같이 하루 2시간씩 수련해온 부평구 할머니 태권도 시범단은 이 지역에선 꽤 유명하다. 국내의 각종 행사에서 시범을 보인 것은 물론 지난 10년 동안 10여 차례 중국과 타이 등 해외에 초청돼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검은띠를 고쳐매는 손에 힘이 들어가 있다.


10년 전 직장암을 앓다가 태권도를 시작한 지복연(75) 할머니는 “경로당이나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보다 나와서 운동하니까 몸 상태가 좋아지더니 지금은 통증도 거의 없어. 의사와 가족들도 좋아하고 친구도 생겨서 사는 게 즐거워”라고 태권도 예찬론을 펴더니 이내 자신이 공인 3단인 것도 빼놓지 않는다.

스트레스로 생긴 화병 때문에 고생했다는 송경순(73) 할머니도 “재미를 느끼니까 속이 확 풀어지더니, 지금은 속상한 일이 생겼다가도 여기서 기합 몇 번 지르고 나면 풀려”라며 마음 치료엔 그만이라고 한다.

할머니들에겐 잘하고 못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함께 운동하며 흘린 땀이 노년에 건강과 웃음을 되돌려준 진정한 심신 수련의 수단이라는 게 소중할 따름이다.

공인 2단인 이정숙(68)할머니가 힘차게 기합을 넣고 있다.

기합과 함께하는 앞지르기.

76살인 조정재 할머니가 정권을 단련하기 위해 연습판을 치고 있다.

휴식 시간에 쉬고 있는 할머니들.

지복연 (75) 할머니가 각종 대회에서 받은 트로피를 닦고 있다. 지 할머니는 공인 3단으로 이 시범단의 회장이다.

태권도 수련 뒤 할머니들이 모여 화투를 치고 있다. 할머니들은 화투를 치매 예방에 좋은 산수 공부라고 말한다.

김순자(69) 할머니가 몸을 날려 격파하고 있다. 공인 2단인 김 할머니는 발차기가 특기이다.

최근 개봉된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V> 포스터가 체육관 한편에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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