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오늘밤에도 백령도는 운다

634
등록 : 2006-11-10 00:00 수정 :

크게 작게

매일밤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식 조업 지켜보는 주민들의 한숨…군사지역이라 야간 조업은 꿈도 못 꾸고… 여기는 누구의 바다인가

▣ 백령도=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4년여에 걸친 중국 어선들의 남획으로 서해5도 어장이 황폐화해 생태계마저 심각하게 파괴됐다. 바다 밑바닥까지 긁어대는 마구잡이식 조업 탓에 개흙이 다 일어나 암반에 대량 식생하던 수초들은 모두 고사했고, 조개들도 대량 폐사했다.

한 어민이 닻을 수리하고 있다


꽃게잡이의 중심지인 백령도. 어민들은 요즘 중국 어선의 불법 어로 때문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백령도에선 몇 년째 꽃게가 한 마리도 잡히질 않아요.” “중국 배들은 밤새워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백령도 근해를 싹쓸이하고 낮에는 쉬어요. 고기만 잡는 게 아니라 우리 그물을 통째로 걷어가요. 우리 어선은 조업구역이 아니라고 저기 들어가지도 못해요. 조업구역인 해역도 군사지역이라는 이유로 밤에는 조업을 못한다니까.”

11월1일 오전 7시30분, 서해 백령도에서 북쪽으로 1km쯤 떨어진 해상. 자욱한 안개 속에서 중국 어선 100여 척이 병풍처럼 늘어섰다. 북방한계선을 400여m나 넘어 조업 중이었다. 양덕호 선주 김석권(52)씨는 끌끌 혀를 찼다.

통발을 수선하고 있는 어민. 이름을 물었지만 그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여긴 분명히 우리 바다잖아요. 저런 걸 단속 안 하고 해경이나 해군은 도대체 뭐하는 건지…. 오늘은 아무것도 아니야. 밤에는 백령도 두문진 앞바다가 중국 어선들 불빛으로 꼭 도시의 아파트 단지처럼 불야성을 이룬다니까. 오늘은 안개가 껴서 잘 안 보여서 그렇지, 저 장산곶 근처에 정박해 있는 배들까지 합치면 200여 척은 될 거야.”

북방한계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백령도 2km쯤 떨어진 장산곶 주변은 떼지어 있는 중국 어선들로 우글댔다.

어민들이 짙은 안개가 걷히길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국 어선이 북한 장산곶을 지나 심청각 쪽으로 내려오고 있다.

짙은 안개처럼 어민들에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한 어민이 소라를 잡기 위해 멸치 미끼를 넣은 통발을 바다에 던져넣고 있다.

통발 하나 건져봤자 잡힌 것은 소라 서너 개가 고작이다.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