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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아아∼ 붙잡아도 뿌리치는… 목포행 완행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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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3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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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땅 굽이굽이 소박한 삶을 실어나르던 여유로움의 열차…경제성에 밀려 11월부터 폐지되면 간이역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

▣ 목포=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오전 6시55분. 여수역에서 먼동이 틀 무렵 목포행 완행열차가 출발한다.

여수∼만성∼미평∼여천∼덕양∼신풍∼율촌∼성산∼…∼고막원∼함평∼무안∼몽탄∼일로∼임성리∼동목포∼목포. 여수선, 경전선, 호남선 선로를 따라 전라도 땅 굽이굽이 서른 개의 역을 지나고 나면 종착역인 목포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11시35분. 생선을 파는 할머니부터 일터로 나가는 직장인까지 기차에 탄 각각의 삶을 내려놓으면 5시간 가까운 여정도 한숨 돌린다.

같은 기차에 탄 사람들끼리 과일을 나눠먹는 인심은 여기에서만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


느릿느릿 달리는 기차는 그곳에 탄 인생을 품고 남녘 땅 어디서나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간다.

그러나 이 기차는 느릿함과 여유로움 때문에 11월부터 폐지된다. 간이역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와주던’ 열차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다. 그곳에 실려 몸을 맡겼던 사람들의 삶도 달라질 것이다. 속도와 경제성에 밀려 없어지는 우리네의 또 다른 풍경이다.

4년째 기차로 출근하는 유강(오른쪽)씨가 승객들에게 기차 폐지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한 간이역에 어머니를 마중나온 딸

이른 아침 여수역을 출발한 기차가 여수만의 해안철도를 달리고 있다.

벌교에서 화순, 춘양까지 가 생선을 파는 할머니가 기차를 타자마자 잠이 들어버렸다.

기차를 타고 광주로 소풍가는 유치원생들이 할머니는 귀엽기만 하다.

차창 밖으로 추수가 끝난 남도의 가을 들녘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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