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접한 3200km 국경, NAFTA 12년7개월의 멕시코에서 도주하는 사람들… 교역량 늘어났지만 불법이민은 증가 “수술은 성공하고 환자는 숨진 꼴”
▣ 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사진 REUTERS/NEWSIS ‘수술은 성공했다. 그러나 환자는 숨졌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1994년 재닛 리노 당시 미 법무장관은 “(자유무역을 통해) 멕시코의 생활·임금 수준을 높임으로써, NAFTA는 멕시코인 불법이민자 규모를 6년 안에 3분의 2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볼 때 NAFTA는 불법이민을 줄이는 데 최상의 방책”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국내총생산(GDP)에서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약 30%에서 지난 10여 년 사이 약 55%까지 높아졌다. 멕시코에 대한 해외투자도 1994년 NAFTA 발효 이후 225% 이상 늘었다. 이런 수치만 놓고 볼 때 지난 10년여 NAFTA는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멕시코 국경을 넘는 불법이민자가 줄지 않고 되레 늘고 있다. 미국 전역이 불법이민 문제로 시끄럽던 지난 5월 초 미 국경순찰대는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동안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모두 72만4613명의 불법이민자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가량 증가한 수치다. 해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데이비드 모리스 미 지방자립연구소(ILSR) 부소장은 최근 <스타트리뷴>에 기고한 글에서 “수술은 성공했지만, 환자는 숨진 꼴”이라고 설명했다. NAFTA를 통해 의도했던 대로 교역량과 해외투자를 늘리고, 기술이전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지만, 멕시코인들의 삶의 질은 오히려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리스 부소장은 “NAFTA가 발효되기 이전보다 대부분의 멕시코 노동자 실질임금은 줄었고, 멕시코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극적으로 높아졌음에도 미국 노동자와의 임금 격차는 더욱 늘었다”고 지적했다.
운명은 때로 가혹하다. NAFTA 발효와 함께 삶이 더욱 나락으로 떨어진 멕시코인들은 3200여km에 이르는 미국-멕시코 국경을 향해 목숨을 건 불법이민을 ‘대안’으로 택했다. ‘천국에선 너무 먼, 미국과는 너무 가까운’ 자유무역협정도 멕시코의 운명을 바꾸진 못했다.
사진 REUTERS/NEWSIS ‘수술은 성공했다. 그러나 환자는 숨졌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1994년 재닛 리노 당시 미 법무장관은 “(자유무역을 통해) 멕시코의 생활·임금 수준을 높임으로써, NAFTA는 멕시코인 불법이민자 규모를 6년 안에 3분의 2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볼 때 NAFTA는 불법이민을 줄이는 데 최상의 방책”이라고 말했다.
천국으로 가는 길은 멀다. 불법이민자들이 멕시코 국경도시 누에보 라레도 부근 철길에서 쉬고 있다.
멕시코 국내총생산(GDP)에서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약 30%에서 지난 10여 년 사이 약 55%까지 높아졌다. 멕시코에 대한 해외투자도 1994년 NAFTA 발효 이후 225% 이상 늘었다. 이런 수치만 놓고 볼 때 지난 10년여 NAFTA는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멕시코 국경을 넘는 불법이민자가 줄지 않고 되레 늘고 있다. 미국 전역이 불법이민 문제로 시끄럽던 지난 5월 초 미 국경순찰대는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동안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모두 72만4613명의 불법이민자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가량 증가한 수치다. 해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데이비드 모리스 미 지방자립연구소(ILSR) 부소장은 최근 <스타트리뷴>에 기고한 글에서 “수술은 성공했지만, 환자는 숨진 꼴”이라고 설명했다. NAFTA를 통해 의도했던 대로 교역량과 해외투자를 늘리고, 기술이전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지만, 멕시코인들의 삶의 질은 오히려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리스 부소장은 “NAFTA가 발효되기 이전보다 대부분의 멕시코 노동자 실질임금은 줄었고, 멕시코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극적으로 높아졌음에도 미국 노동자와의 임금 격차는 더욱 늘었다”고 지적했다.

국경에 도착하면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한 남성이 화물열차에 몸을 싣고 누에보 라레도 국경지대로 향하고 있다.

‘땅길이 막히면 물길로 간다.’ 한 멕시코 청년이 신발과 옷가지를 담은 비닐봉투를 들고 리오그란데강을 넘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누에보 라레도의 리오그란데 강가에선 매주 수천 명이 불법이민을 시도한다.
미 국경순찰대원이 텍사스주 라레도의 다리 위에서 강을 통해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이민자들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NAFTA 발효로 상품과 용역의 이동은 쉬워졌지만, 상품을 생산하고 용역을 제공하는 사람의 이동은 여전히 꽉 막혀 있다.
국경지대에 가까워지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열차에서 뛰어내려야 한다. 이젠 새 삶을 위해 목숨을 내걸 차례다.
‘2001년 367명, 2002년 371명….’ 멕시코 티후아나 지역 국경 담벼락에 관이 내걸렸다. 이곳 국경지대를 통해 미국으로 향하다 목숨을 잃는 이들의 수가 관 뚜껑에 적혀 있다.
국경을 넘다 붙잡힌 불법이민자들이 멕시코로 송환되기 위해 애리조나주 노갈레스의 미 국경순찰대 구금센터를 나서고 있다.

멕시코 정부의 불법이민자 송환 프로그램에 따라 자발적으로 귀국길에 오른 한 불법이민자가 멕시코시티 베니토 후아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시내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처연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장벽을 세워라. 불법이민을 막아라.’ 애리조나주 샌루이스의 국경지대에서 불법이민자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거대한 장벽 설치가 한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