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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무예이십사기의 기상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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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1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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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 행궁에서 조선 군사무예 가꾸는 보존회 사람들

… 정조시대 설치된 장용영의 원앙진법, 조선땅 지켜내다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검 뒤에 나를 감춘다.


“헛!”

단호한 기합 소리와 함께 3명의 무사가 날렵하게 표적에 다가가 검으로 가른다. 이내 대나무 토막이 후드득 바닥에 뒹군다. 단순한 퍼포먼스로 여기고 지나던 사람들도 인마살상용 무기로 펼쳐지는 시범에 놀라 발길을 멈춘다. 활쏘기, 월도와 대창, 원앙진법의 시연이 계속된다.

시범을 펼치는 이들은 사단법인 무예이십사기 보존회 회원들이다. 매일 오후 2시, 수원 화성 행궁에 가면 진검의 위력을 볼 수 있다. 이들이 펼치는 ‘무예이십사기’는 조선시대 정조의 명으로 펴낸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돼 있는 군사무예다. <무예도보통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검법까지 정리돼 있어 동양 군사무예의 보고로 불린다.

정조는 실학파들의 도움으로 수원 화성을 축조하고 그곳에 친위부대인 장용영을 설치했다. 무예이십사기로 훈련된 장용영 군사들은 최고의 정예부대였다. 이들은 조선 말까지 실전 군사 무예로서 왜구와 오랑캐로부터 조선을 지켜냈다.

사단법인 무예이십사기 보존회는 일제시대 이후 잊혀졌던 무예이십사기를 발굴 복원해 각종 무술의 유단자들로 시범단을 꾸렸다. 볼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잊었던 민족문화을 복원하고 조상들의 기상을 재정립하기 위해 오늘도 이들은 수련 중이다.

말 위에서 사용하던 활인 동개궁을 땅 위에서 시연하고 있다. 작은 활이지만 달리는 말 위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그 위력은 대단하다.

앞에 베어진 짚단이 떨어지기도 전에 다음 짚단이 베어진다. 정확한 자세와 빠른 보법 수련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임진왜란 때 중국에서 도입된 원앙진. 낭선과 등패, 검이 서로 조화롭게 도와 적을 무찌르는 전투 장면이 연출된다.

베어지는 각도만으로도 무사의 수련 정도를 알아본다고 한다.

화성행궁 주변의 신풍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은 일주일에 2시간씩 본국검 수련을 받는다.

<무예도보통지>의 본국검 편. 본국검은 우리 고유의 검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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