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주부들로 구성된 ‘은하무용단’의 무료 봉사공연
“집에만 있을 땐 늘 아팠는데 춤과 소리가 생기를 줍니다” ▣ 사진·글=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10월21일 오후 서울 도시철도공사 지하철 6호선 보문역 대합실에서 아줌마들이 춤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길게는 십여 년 배운 사람부터 이제 3개월째인 신참 춤꾼도 끼어 있다. 이들은 등촌동, 당산동, 보문동 등 여러 동네에서 모인 ‘춤바람 난 아줌마’들이다. 
 
화관무를 시작으로 경기민요와 아리랑이 이어지자 지나가던 시민들이 발을 멈추기 시작했다. 느린 춤사위지만 때론 젊은이들도 신기하다는 듯 기웃거린다. 40∼60대의 아줌마들이 땀을 흘리면서 공연을 이어가는 사이, 이들을 지도해온 이경란씨는 때론 군무에 동참하고 때론 한쪽에서 고갯짓으로 박자를 맞추면서 행여 박자를 놓치는 ’학생’이 없는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경란 단장은 3년째 서울 여러 지역의 주부들로 구성된 ‘은하무용단’을 이끌고 있다. 단원이라고 하지만 교습비를 받는 것도 아니고 해마다 열리는 크고 작은 20여 차례의 공연에서도 보수를 받지 않는다. “그저 춤추는 것이 좋아서” 할 뿐이며, 마을 축제 때 동네 사람들을 위해 공연하는 것을 봉사활동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춤을 추고 소리를 한다. 단원인 아줌마들도 마찬가지다. 한목소리로 “그냥 좋아서 춤을 배우고 춘다”고 입을 모았다. 보문역 공연을 보러온 강대임씨의 둘째딸 백선욱(30)씨는 “엄마가 나이가 들어서 집에만 있을 땐 늘 아프고 생기가 없었는데 춤과 소리를 배운 뒤론 사람이 달라졌어요. 할 일이 있으니 바빠졌고 취미로 시작했지만 자연스레 운동도 되어서 늘 건강하게 사세요”라며 열심히 엄마와 엄마 동료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 서울 당산동에 사는 배혜자(55)씨는 3개월째 춤에 빠져 있다. 수영과 에어로빅도 해봤는데, 요즘은 한국 고전무용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시어머니 손옥기(82)씨와 친정어머니 황정임(91)씨가 보는 앞에서 같은 무용반 동무 서수임, 김창엽씨와 10월21일 공연을 앞두고 아리랑 연습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는 공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모르는 사람들 앞에선 오히려 부끄러울 것이 없더라”며 첫 공연 땐 다른 동무들의 등만 보고 춤을 췄다고 한다.  
 많지 않은 나이에 두 손주의 할머니가 된 배씨는 “갱년기에 들면서 우울증이 올까 걱정했는데 춤을 배우면서 그런 생각이 싹 가셨다”면서 고전무용 예찬론을 펼쳤다. 배씨의 집에서 같이 연습을 하던 서수임(60)씨와 김창엽(52)씨도 “고전무용은 재미있고 몸이 유연해져서 건강에도 아주 좋아. 이보다 더 좋은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 서울 목동 2단지에 사는 강대임(57)씨는 9년째 춤을 배우고 있는 베테랑급 춤꾼이다. 부채, 한량무 등 못하는 것이 없고 최근엔 경기민요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얼굴이 붓고 날마다 몸이 아팠는데, 춤을 배우면서 아픈 게 싹 없어졌단다. 지금은 어떤 운동 못지않게 춤이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자랑한다. 이날 강씨는 연습을 위해 남편 백진웅(65)씨에게 가게를 맡기고 나섰다. 남편뿐만 아니라 아들, 딸, 며느리가 모두 후원해준다.  
 
 
 
 
 
 
 
 
“집에만 있을 땐 늘 아팠는데 춤과 소리가 생기를 줍니다” ▣ 사진·글=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이들이 연습장소로 사용하는 곳은 각 동사무소의 지하 연습장이다.
화관무를 시작으로 경기민요와 아리랑이 이어지자 지나가던 시민들이 발을 멈추기 시작했다. 느린 춤사위지만 때론 젊은이들도 신기하다는 듯 기웃거린다. 40∼60대의 아줌마들이 땀을 흘리면서 공연을 이어가는 사이, 이들을 지도해온 이경란씨는 때론 군무에 동참하고 때론 한쪽에서 고갯짓으로 박자를 맞추면서 행여 박자를 놓치는 ’학생’이 없는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경란 단장은 3년째 서울 여러 지역의 주부들로 구성된 ‘은하무용단’을 이끌고 있다. 단원이라고 하지만 교습비를 받는 것도 아니고 해마다 열리는 크고 작은 20여 차례의 공연에서도 보수를 받지 않는다. “그저 춤추는 것이 좋아서” 할 뿐이며, 마을 축제 때 동네 사람들을 위해 공연하는 것을 봉사활동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춤을 추고 소리를 한다. 단원인 아줌마들도 마찬가지다. 한목소리로 “그냥 좋아서 춤을 배우고 춘다”고 입을 모았다. 보문역 공연을 보러온 강대임씨의 둘째딸 백선욱(30)씨는 “엄마가 나이가 들어서 집에만 있을 땐 늘 아프고 생기가 없었는데 춤과 소리를 배운 뒤론 사람이 달라졌어요. 할 일이 있으니 바빠졌고 취미로 시작했지만 자연스레 운동도 되어서 늘 건강하게 사세요”라며 열심히 엄마와 엄마 동료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한 단원이 연습을 시작하기에 앞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다.

이경란 단장이 거울 앞으로 단원들을 불러모으고 틀린 곳을 지적하고 있다. 

지하철역 대합실에서 공연이 시작됐다. 보문동 자치센터의 협조를 받아 자리를 깔아놓자 주민들과 지나가던 시민들이 구경한다.



장희연씨가 김미영씨의 머리를 묶어주고 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부채춤. 선이 곱게 나오도록 도는 것이 관건이다.

부채춤에 열중한 배혜자씨. 몸짓이 정성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