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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섬마을에 찾아온 총각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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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0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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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흑산면 대둔도 흑산동분교장의 3·5학년 교사 김성호씨
하교 뒤에도 돌아와 놀자고 조르는 아이들, 여길 떠날 수 있을까

▣ 신안=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목포에서 100km 남짓, 뱃길로 2시간 전남 신안군 흑산면의 작은 섬 대둔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작고 아름다운 이 섬은 150여 가구 500여명의 주민이 우럭과 전복 양식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


이곳에 전교생 18명, 교사 2명의 작은 학교 흑산동분교장이 있다. 김성호(31) 선생님은 1, 2, 3, 5학년 중 3학년과 5학년을 가르치고 있다.

“근무환경이나 교육환경은 육지에 비교할 수 없지만 아이들과의 생활은 정말 행복하고 보람 있다”고 말한다.

아침 8시에 등교해 선생님을 찾고 수업이 끝나면 집에 가방만 던져놓고 와서 같이 놀아주기를 바란다. 휴일이면 아이들 등쌀에 쉬지도 못하고 아이들과 함께 산과 바다로 뛰어다닌다.

근무연한 규정이나 인사 평점을 이유로 낙도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있지만 김 선생님은 그냥 바다가 좋아서 섬을 지원했다.] 자신이 원해서 하게 된 섬 근무지만 3년째 접어들면서 가족들의 걱정이 들려오고 애인도 육지 근무를 바라는 눈치다. 곧 결혼도 해야 하고. 친구들을 만날 때면 혼자 세상에서 떨어져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섬 학교 근무를 자신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담임을 맡고 있는 5학년 아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함께 있고 싶기도 하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소홀해질까 염려도 된다. 언제까지나 있을 수는 없지만 어떻게 떠나야 할지 고민하는 섬마을 총각 선생님의 복잡한 마음도 아이들을 마주하는 동안에는 깨끗해진다.

산 너머 마을에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마중나갔다. 유치원생부터 5학년 아이들까지 한 마을 아이들이 같이 등하교한다.

방과후 아이들과 놀아주고 저녁 반찬거리도 찾을 겸 낚시를 나간다.

담임 선생님이 급한 일로 본교 출장을 간 1, 2학년들이 자습을 한다. 그동안 선생님의 컴퓨터에는 학생들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담긴다.

“선생님, 오늘 옷이 이상해라.” 오랜만에 양복바지에 셔츠를 입었더니 여자아이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반찬으로 쓸 고등어 낚시를 하고 있다. 우럭 양식장 부근에는 다른 어류들이 많이 모여든다.

저녁식사를 준비 중이다. 아무렇게나 걸려 있는 옷가지들이며 남자 혼자 사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체육시간. 자치기를 모르는 아이들에게 규칙을 알려주며 같이 하고 있다.

편한 자세로 휴식을 하자면 교실이 아닌 수업 준비실로 온다. 아이들 앞에서는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것을 피한다.

3,5학년 음악시간. 3학년 리코더 수업을 5학년들이 지켜보고 있다. 한 교실에서 두 학년이 수업을 하는 복식 수업은 학업성취도가 낮아 어려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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