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첫 방학에 자유롭게 떠난 여행지, 전남 담양
차가운 감촉 너머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 잊을 수 없어요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글 이지혜/ 대학생
20살 처음 맞는 여름방학. 자유럽게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1박2일 동안 마음 통하는 친구 한명과 조용하고 한가한 여행을 즐기고 싶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곳이 전라남도 담양. 전통문화와 전통차를 체험해볼 수 있다는 민박집 '명가혜'를 알게 되어 인터넷 예약을 했다. 국근섭·김정숙씨 부부가 운영한다.
8월16일, 혜진 언니와 나는 약간의 짐과 여비, 지도 한장을 들고 무작정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후 2시께 도착해 터미널에서 대나무박물관을 향해 걷다 보니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도보여행을 한다는 건 무리한 계획임을 알게 됐다. 우리의 대책 없음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다행히 지인의 도움을 받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과 죽림원을 차로 둘러봤다. 저녁이 되어 명가혜에 도착하니, 모두 전통차를 즐기고 있었다. 밤이 되자 국근섭씨가 촛불을 켜고 판소리를 시작한다. 음, 그때의 느낌이란 정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슴을 울리는 뭔가를 느꼈다고나 할까. 판소리를 하는 아저씨의 행복한 표정, 탁 트이고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목소리. 게다가 죽로차는 어찌 그리 구수하면서도 달콤하던지. 다음날 새벽 “염소나 개, 개나 염소, 큰 개나 작은 개 삽니다”라고 외치는 개장수 아저씨 덕에 잠을 깼다. 오전엔 운 좋게도 민박집 아주머니의 안내로 소쇄원과 대나무골 테마공원에 가게 됐다. 아름다운 원림, 소쇄원. 아주머니의 설명이 없었다면 나무와 바위에 숨겨진 뜻을 몰랐겠지. 대나무골 테마공원엔 원숙미가 있었다. 울창하고 힘있는 기운. 대나무에 손을 대자 매끈하고 차가운 감촉 너머로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왔다. 정말 독특했다. 대나무, 정말 좋아져버렸다. 그렇게 여행은 끝났다. 많은 장소와 사람을 알게 되어서 그럴까. 무척 긴 여행을 한 듯하다. 휴식을 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몸은 매우 피곤했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20살 첫 여행. 이 정도면 만족스럽지 않은가. ‘처음’이란 명분 앞에 모든 게 좋은 경험이 돼버린다. 이번 겨울방학에 떠날 여행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차가운 감촉 너머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 잊을 수 없어요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글 이지혜/ 대학생

8월16일, 혜진 언니와 나는 약간의 짐과 여비, 지도 한장을 들고 무작정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후 2시께 도착해 터미널에서 대나무박물관을 향해 걷다 보니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도보여행을 한다는 건 무리한 계획임을 알게 됐다. 우리의 대책 없음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다행히 지인의 도움을 받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과 죽림원을 차로 둘러봤다. 저녁이 되어 명가혜에 도착하니, 모두 전통차를 즐기고 있었다. 밤이 되자 국근섭씨가 촛불을 켜고 판소리를 시작한다. 음, 그때의 느낌이란 정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슴을 울리는 뭔가를 느꼈다고나 할까. 판소리를 하는 아저씨의 행복한 표정, 탁 트이고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목소리. 게다가 죽로차는 어찌 그리 구수하면서도 달콤하던지. 다음날 새벽 “염소나 개, 개나 염소, 큰 개나 작은 개 삽니다”라고 외치는 개장수 아저씨 덕에 잠을 깼다. 오전엔 운 좋게도 민박집 아주머니의 안내로 소쇄원과 대나무골 테마공원에 가게 됐다. 아름다운 원림, 소쇄원. 아주머니의 설명이 없었다면 나무와 바위에 숨겨진 뜻을 몰랐겠지. 대나무골 테마공원엔 원숙미가 있었다. 울창하고 힘있는 기운. 대나무에 손을 대자 매끈하고 차가운 감촉 너머로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왔다. 정말 독특했다. 대나무, 정말 좋아져버렸다. 그렇게 여행은 끝났다. 많은 장소와 사람을 알게 되어서 그럴까. 무척 긴 여행을 한 듯하다. 휴식을 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몸은 매우 피곤했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20살 첫 여행. 이 정도면 만족스럽지 않은가. ‘처음’이란 명분 앞에 모든 게 좋은 경험이 돼버린다. 이번 겨울방학에 떠날 여행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전남 담양의 대나무골 테마공원. 20여년 동안 쭉쭉 자란 대나무가 숲을 이루면서 새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나무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박지혜(20·3번)씨와 김혜진(21·4번)씨가 명옥현의 정자에서 죽노차를 마시고 있다.

소쇄원은 조선 중종 때 양산보가 기묘사화로 스승 조광조를 잃은 뒤 숨어 지내기 위해 꾸민 별서 정원이다.

온몸이 땀으로 끈적해지는 여름이지만 소쇄원 입구에 들어서면 대숲 바람에 불쾌감들이 시원하게 날라간다.

물길을 살린 돌담, 소쇄원은 자연미와 인공미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센스' 있는 정원이다.

명옥현 연못에 띄워진 백일홍 꽃잎을 바라본다.

'명가혜'에서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주인의 흥겨운 판소리가 시작된다. 딸 하은(18)이가 북을 치며 추임새를 넣는다.

담없는 민박집에서는 매일 밤 ‘꿈타령’이 흘러나온다. 느린 중모리 장단에는 내 땅에 대한 고마움, 여행객과 나누는 인정이 들어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