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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주의 사진] 비, 저녁, 노량진 · 전화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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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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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1. 비, 저녁, 노량진


자주 가는 커피숍 3층에 앉아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노량진의 길을 찍었어요. 비가 와 푹신 젖은 길로 한껏 분위기가 나는 노량진은 제가 좋아하는 곳이에요. 조리개 f4.2 셔터속도 0.6초 /박은애

낮에 같은 자리에서 이 사진을 찍었다고 합시다. 가게들도 문이 열려 있고 지나가는 사람 등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고 하면 과연 어떤 사진이 되었을까요. 짐작컨대 이 사진만 못한 풍경이 나왔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진은 밤에 찍어서 빛의 세부묘사(디테일)가 살아났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한낮이라면 거의 골고루 빛이 전해지기 때문에 밝고 어두움의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반면에 밤에 찍은 사진에선 조명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이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빛의 유무와 강약에 따라 세부묘사가 결정되기 때문에 그런 차이를 보이게 되는 거지요. 가게의 조명, 빗물에 젖은 보도블록에 반사된 빛, 저속 셔터 때문에 흘러버린 사람들의 형체에 보이는 빛 등이 자랑거리가 되는 사진입니다.

오른쪽 아래의 공간이 의미가 약합니다. 이 공간을 잘라내고 위쪽으로 보이는 도로를 더 담아낸다면 더 균형 잡힌 사진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위치도 좀 치우쳐 보입니다.

2. 전화걸기

연작 사진이 재미있어 또 올립니다. 저녁에 운동하러 갔다가 기지국이 없는 곳에서 먹통이 된 휴대전화기를 붙잡고 늘어지는 모습을 찍어봤습니다. 두 번째 사진에서 개와 아이의 시선이 정확하게 맞지 않은 것이 불만족스럽습니다. 세 번째 사진은 조리개를 더 조이고 찍어서 배경이 너무 많이 어두워졌습니다. 플래시가 TTL을 지원하지 않아서라고 변명하고 싶지만 연습부족이겠지요. 머리 뒤쪽에 있는 그림자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motombo

재미있는 구성입니다.
맨 위의 사진이 좋은 이유는 강아지와 아드님이 같이 휴대전화기를 쳐다보고 있어서입니다.
두 번째 사진은 반대로 둘의 시선이 엇갈려서 좋습니다. 전혀 의식을 못했다는 듯 강아지가 몸에 가까이 오자 화들짝 놀라 몸을 비트는 순간, 강아지는 딴 데를 보는군요.
세 번째는 다소 불만스럽습니다. 위의 두 사진에 아이의 얼굴이 나왔기 때문에 결론은 다른 사진으로 채우는 것이 더 낫겠습니다. 아이의 뒷모습이나 옆모습과 함께 강아지가 뒤돌아서 꼬리를 흔들며 가버리는 모습 같은 것이 좋겠지요.
이와는 별개로 배경이 어두워진 것에 대한 분석입니다. 플래시가 있어도 세 번째 사진에 나오는 산과 집 같은 먼 거리에는 빛이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검게 나올 수밖에 없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셔터속도를 느리게 해 적정 노출이 되도록 한 뒤 플래시를 쳐 배경을 같이 살려야 합니다. 단, 수동 조절이 되는 카메라여야 가능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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