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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우리동네 우리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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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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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권 반경 5km, 1W 송출 규모의 마포FM 시험가동중
중앙권력과 상업주의 벗어난 이웃들의 이야기 들려줍니다

▣ 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방송국 견학을 온 성미산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직접 제작실습을 해보고 있다.

“성산동 주민 여러분 지금 비가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주택이 침수된 주민 여러분들은 지금 바로 성미산학교로 대피하세요. 담요와 식량은 준비돼 있습니다. 여기는 100.7Mhz 우리 동네 우리 방송 마포FM입니다.”


만약에 전국적인 수해 상황에서 정작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재해 안내방송이 라디오에서 나온다면 정말로 유익하지 않을까?

지난 1995년 일본의 고베 대지진 당시 ‘시부야 FM’은 전국적인 사망자와 부상자 수만 방송하는 상업방송과 달리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장소, 식량과 담요 배급장소 등을 알려주며 그 진가를 발휘했다. 남아공의 ‘소렌토 라디오’는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해 흑인들의 인권 신장에 기여했다. 세계적인 그룹 비틀스도 상업방송이 소개하지 않는 다양한 음악을 다루는 영국의 지역방송인 레소난스에서 실시한 오디션을 통해 등장했다. 이미 전세계 160여개국에서 운영되는 소출력 라디오 방송의 시대가 우리나라에도 시작됐다.

지난 7월5일 ‘마포FM’이 오랜 준비기간을 마치고 시험방송에 들어갔다. 합정동 홍익대 뒤편 태영아파트 옥상에 안테나를 설치한 마포방송은 반경 5km를 청취권으로 1W 송출 규모로 오는 25일 개국할 예정이다. 육아와 가사활동으로 꿈을 펼쳐보지 못한 주부들을 대상으로 수다떨기 프로그램인 <랄랄라 아줌마>. 시각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한 <책 읽어주는 라디오>. 홍익대 주변 클럽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의 음악 소개 프로인 <마음 가는 대로>. 마포의 소식을 정리한 <마포포커스> 등 그동안 상업방송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우리 지역과 소수의 얘기로 구성돼 있다.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제작PD를 비롯한 작가, 진행, 행정업무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적 구조가 철저한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매스미디어에서 일방적인 수용자 신분이었던 내가 직접 만들고 송출하고 들을 수 있는 우리 동네 방송이 태어난 것이다. 중앙권력과 상업주의에 대항해 만들어지는 작지만 소중한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우리 동네 마포FM(mapofm.net)을 들여다본다.

<책 읽어주는 라디오>를 진행하는 주부들이 스튜디오에서 녹음 작업을 하고 있다.

박효경(성미산학교 5학년)양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 등을 방송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서울 마포의 한 박물관을 찾아 이곳을 찾은 주부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마포FM 사무실 유리에 한 자원봉사자가 붙인 응원 메시지.

100.7Mhz는 ‘마포FM’이 받은 주파수다

이곳에서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성미산학교의 한 학생이 직접 대본을 작성하고 있다.

김진우(오른쪽 아래)군이 ‘랄랄라 아줌마’를 연습하고 있는 엄마 옆에 앉아 지루해하고 있다.

성산동에 사는 주부 유주연씨는 자원봉사자이면서 애청자다.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 설치된 안테나. 출력이 너무 낮아 아직 마포구 전체에서 들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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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국 내부에 있는 음향조절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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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예정인 프로그램 편성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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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곳의 실질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이웅장 팀장이 방송국으로 쓰는 사무실 앞에 안내판을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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