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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김정일의 초상화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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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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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변화하고 있는 일본 도쿄의 에다가와 조선인학교… 혁명가와 남조선 노래를 함께 흥얼거리며

▣ 도쿄=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일본 도쿄 고토구의 에다가와 조선인 학교.
조선말 배우랴, 일본말 배우랴, 주중 닷새의 수업시간이 모자라 에다가와 학생들은 토요일에도 나와 수업을 받는다. 5월14일 오전에는 전교생이 운동장에 나와 그림을 그렸다. 저학년은 소방차를 그리고, 고학년은 학교 풍경을 그렸다.


한때 180여명에 이르던 학생 수는 차츰 줄어 올해는 60명이다. 1996년엔 중급부가 없어졌다. 일본 사회의 ‘소자화’(아이를 적게 낳는 현상) 때문이기도 한데, 낡은 학교 건물 아래 줄어드는 학생들을 보는 교사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현재 한 반의 학생 수는 10명 내외. 일본인 학교 학생 수가 30명 정도인 걸 보면 아주 적은 숫자다. 하지만 학생들은 예의 바르면서도 착하고, 선생님을 잘 따른다. 한국이나 일본 학교에서 나타나는 ‘왕따’나 ‘학교 붕괴’ 현상도 없다.

조선인 학교는 변하고 있다. 2002년 교실마다 붙어 있던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도 내려졌고, 교과서도 북한 일변도의 내용에서 탈피해 통일 조국을 염두에 두고 개편됐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는 일반이 느끼기 힘들 정도로 느리다. 되레 북한의 근대와 일본의 탈근대가 아이들에게서 교차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아이들은 음악시간에 혁명가를 배우다가도 쉬는 시간엔 남조선 노래를 흥얼거린다. 집에 가서는 인터넷을 뒤적거리고, 영어 과외를 받는다.

교실마다 붙어 있던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는 2002년에 모두 내려지고 지금은 교무실에만 걸려 있다.

전교생의 사생대회가 운동장에서 열렸다. 저학년은 소방차를 그리고 고학년은 자유주제다. 대회에 앞서 소방차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 학교엔 '왕따' 가 없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의 이모저모를 담은 알림판 앞을 한 학생이 달려가고 있다. 학교 이곳저곳에통일 한반도를 지향하는 느릿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초급부 5학년 학생의 ’연간 결의’.

점심시간에 교실 뒤에서 장난을 치는 학생들.

김희영, 김주영 학생이 집에서 엄마와 함께 공부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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