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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우리 애인 ‘황금마차’ 오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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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0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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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군부대 순회하는 이동식 트럭 매점… 냉장고 탑재한 신형차 인기는 하늘까지 치솟아

▣ 파주=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최전방 GOP에서 근무하는 육군1사단 최두섭(22) 이병은 요즈음 ‘황금마차’를 기다리는 재미로 산다.


군 사정에 어두운 사람이라면 “군부대에 웬 황금마차냐”고 어리둥절하겠지만 맛있는 간식거리와 화장지 같은 생필품을 차량에 싣고 다니는 이동식 클럽 ‘황금마차’는 병사들에게 애인 같은 존재다. 차량 전체가 노란색으로 덮인 탓에 ‘황금마차’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총 40대의 황금마차는 전국 복지단 지원본부(11개소)와 지점(22개소)에서 동시에 출발해 훈련장을 포함해 4∼5개 초소를 순회한다. 운영시간은 오후 1~5시이며 단가가 500~1천원 정도인 물품이 200여종 구비돼 있다. 올 초 최신 냉장고·냉동고가 장착된 신형 보급 차량 8대가 보강되면서 만두·짬뽕면·통닭 등의 냉동식품도 갖춰 황금마차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경기도 파주 지역에서 24년간 보급 기사로 일하고 있는 조홍연(66)씨는 “전방의 혹한과 눈 쌓인 산간 도로를 오르내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황금마차가 부대에 도착했을 때 병사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면 모든 피로가 풀린다”고 말한다.

육군복지단은 최전방·격오지 부대에 주 2회 이상 순회 판매 활동을 하면서 전후방 모든 부대의 야외훈련에도 동참해 장병들의 사기를 북돋워줄 계획이다.

오후 2시께 돌출소대에 황금마차가 도착했다.

위문편지만큼이나 반가운 빵 한 봉지. 휴식 시간에도 전우애는 깊어진다.

황금마차가 오는 날이 잔칫날이다. 오늘 저녁엔 전역자 환송파티가 열렸다.

민간인의 그림자도 드문 최전방이라 황금마차의 방문이 더 반갑다.

한달에 4만5천원가량의 월급을 받는 상병에게 과자 한 꾸러미는 '짬밥' 열끼만큼이나 소중하다.

황금마차는 간식과 생필품을 싣고 어디든지 달려간다.

24년간 보급 차량 핸들을 잡은 조홍연씨는 올 11월에 정년 퇴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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