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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초조하다, 불안하다, 노래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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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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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방 반대 호소하는 이주노동자 밴드 ‘스톱크랙다운’… 공장의 주말 휴식 반납하고 주말마다 연습

▣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2003년 12월, 태평로 성공회교회 농성 천막에서 인간다운 권리를 외치던 이주노동자 몇몇이 의기투합해 만든 이주노동자 밴드 스톱크랙다운(stopcrackdown).

지금은 네팔 출신인 미누(보컬)와 버마 출신인 소모뚜(기타), 소띠하(베이스), 꼬네이(드럼) 그리고 인도네시아 출신인 해리(키보드)로 구성된 5인조 밴드다.

대부분의 이주노동자가 그러하듯 전기부품공장, 종이공장, 철판공장, 봉제공장 등에서 힘든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반대의 뜻을 담은 ‘Stop Crack Down’(탄압을 중단하라)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노래로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


멤버들이 각각 인천, 동대문, 의정부 등에서 일하고 있어 연습이라곤 일요일만 가능하지만 박노해 시인의 <노동의 새벽> 20주년 기념공연과 노래마라톤(<한겨레21> 555호 참조)에도 참여해 실력을 보여줬다.

자신들은 가수도 운동가도 아닌 단지 노동자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노동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문화를 우리에게 전하고, 우리 것은 이들을 통해 국경을 넘어 번져간다. 서로의 문화가 배어든 노래를 한국 사람들과 함께 부르기를 바라고 있다.

미누(보컬·네팔): 한국에 온 지 12년 되었다. 안 해본 일이 없다. 지금은 동대문의 봉제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공장 분위기가 좋다. 사장님이 형님처럼 잘해준다.

민중가수들의 릴레이 콘서트인 노래마라톤에서 공연 중인 스톱크랙다운.

소모뚜(기타·버마): 닥치는 대로 일한다.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 불안하지만 버마보다는 자유롭다. 버마 민주화가 나의 소망이다.

꼬네이(드럼·버마): 8월이면 체류기간이 끝나게 돼 걱정이 많다. 지금 있는 공장에서 곧 쫓겨날 것 같다. 불안하고 머릿속이 복잡하다.

해리(키보드·인도네시아): 한국에 온 지 4년 되었다. 이상한 눈으로 보고 소리 지르는 한국 사람들이 무서웠다. 지금은 천사 같은 한국 친구들이 많다. 4월 초 다니던 공장에서 해고됐지만, 어떻게든 한국에 계속 있고 싶다.

소띠하(베이스·버마): 한국에서 결혼했다. 백일도 안 된 예쁜 딸이 있다. 지금 직장에 만족한다. 요즘 새로 온 산업연수생들에게 일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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