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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비법전수교실] 역광으로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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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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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장의 비법전수교실]

▣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취재를 위해 커피를 찍을 일이 있었습니다. 원두를 볶는 것부터 커피를 잔에 따라놓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찍었는데 가장 힘든 것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찍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커피를 펄펄 끓여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아침 햇살이 들어오기를 바라면서 창가로 컵을 옮겨놓았습니다. 사람의 눈엔 김이 보였지만 시험 삼아 한장 눌러보니 카메라엔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실내에 작은 조명이 있었지만 어두웠습니다. 살짝 끓고 있던 커피에 초점을 맞추니 심도가 나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사진1). 시간을 지체하면 커피가 식어 김이 덜 피어오를 것이 자명한 일이라 마음이 급했습니다. 사진에서 자연광은 왼쪽 뒤편의 창문에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햇살이 직접 비치는 것이 아니고 간접 조명이라 강한 역광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플래시를 뽑아서 들고 뒤편 왼쪽에서 부분 조명을 주었습니다. 하얀 김이 피어올랐지만 나무 선반의 색과 비슷해서 보이지 않았습니다(사진2). 기본 원리는 역시 배경 정리에 있습니다. 김이 잘 보이려면 배경이 검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커피잔에만 부분 조명이 떨어져야 합니다. 몇번 각도를 조절한 끝에 사진3에서 보듯 막 끓인 커피의 향긋함이 풀풀 피어오르는 것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일상의 삶에선 이른 아침에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이용하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커피를 중간에 다시 끓이면 맛이 없어진다는 말을 듣고도 어쩔 수 없이 한번 새로 데웠습니다. 원래는 사진을 찍고 마실 생각이었습니다. (사진1 1/60초 f=2.8, 사진2 1/500초 f=9.0, 사진3 1/500초, f=11)

왼쪽부터 사진1, 사진2, 사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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