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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잠자는 ‘30원’을 깨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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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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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누리 없이 30원 들여 만드는 10원짜리 동전들… 서랍 속에 묵은 당신 돈이 ‘원자재 파동’ 해결사

▣ 경산=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극인과 칼라가 장착된 고속 압인기의 강력한 기계적 힘으로 투입된 소전 앞뒷면에는 주화 디자인이 새겨지고 측면에는 밀(Mill)선이 만들어진다. *극인(Die): 주화나 메달을 제조하기 위해 표면에 도안을 음각 또는 양각한 상태의 2개 1조의 금속 장치.

한국은행은 요즘 금속 가격 동향까지 세심하게 지켜봐야 하는 일거리가 새로 생겼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구리와 아연값이 오르면서 10원짜리 동전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값이 30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동전을 녹여 구리와 아연을 분리하려면 만만찮은 비용이 들어가는데다, 추출된 구리와 아연을 내다팔더라도 신품 시세의 70%에 불과한 ‘중고값’밖에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재료값이 계속 오른다면 합금 비율을 조정하거나 동전 크기를 줄이는 조처가 필요할 수도 있다. 10원짜리 동전은 1966년 처음 발행될 당시 구리 88%, 아연 12%의 비율로 주조됐으나, 그 뒤 구리값이 크게 오르자 70년 7월 합금 비율을 지금과 같은 구리 65%, 아연 35%로 조정했다.

대형마트에서 10원짜리가 부족해 불편을 겪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하루에 10원짜리가 20만원 정도 필요한데 은행에서는 10원짜리가 부족해 바꿔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어쩔 수 없이 원가 30원이 넘는 10원짜리를 더 만들어내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길에 10원짜리가 떨어져 있어도 줍지 않는다. 10원짜리는 거의 쓸 일이 없다고 생각해 책상 서랍이나 저금통에 넣어두곤 한다. 사람들의 무관심과 10원짜리를 천대한 결과로 엄청난 주조 비용이 들고 있다.

동전은 주화 소재와 두께에 맞게 금속을 용해, 압연해 만든 판을 주화 형태, 크기와 같이 절단해 열처리, 표면처리 과정을 거쳐 다량 생산한다.

완제품 동전.

주화의 디자인을 금속에 새긴 원극인으로, 압인에 사용되는 여러 개의 극인을 성형, 열처리, 연마 등의 과정을 거쳐 만든다.

현재 검찰청에는 주요 부서마다 돼지 저금통이 비치돼 있다. 그동안 방치됐던 10원짜리 동전들이 하나둘 쌓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월21일까지 총 154만6720원 상당의 동전이 모였는데 전액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화의 압인 상태, 규격 등 품질을 철저하게 검사한다.

취재를 위해 서울역 광장에 동전을 슬쩍 던져두었다. 30분 동안 아무도 10원짜리 동전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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