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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시골 정류장에 ‘그림 인심’ 뿌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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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9-2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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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지역 버스정류장에 벽화 그리는 젊은이들… 마을 표정 입히는 붓질에 전단지 흉물 안녕

▣ 화순= 사진 · 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좋은 세상 만들기’. 농촌지역 마을버스 정류장에 환한 그림을 그리는 광주지역 젊은이들의 모임이다.

한달에 한번 주말이면 어김없이 화구를 들고 전남지역의 시골마을로 달려간다. 대학생·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회원 150명은 그림을 전공으로 삼거나 취미로 하는 20, 30대들이다.

한 회원이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전단지와 낙서로 뒤범벅된 채 흉물로 변해버린 정류장 벽을 산뜻한 작품으로 꾸미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바삐 움직인다. 주로 대표 농산물이나 지리적 특징을 이용해 웃음 넘치는 그림을 그린다. 정류장은 마을의 표정을 결정짓는 상징물이고, 주민들이 대화를 나누는 소중한 공간이기에 남다른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게 회원들의 생각이다.


이들이 활동을 시작한 건 2002년 8월. 모임 대표인 정수(29)씨가 광주시 북구 영락공원의 아버지 묘소를 다녀오다가 허름한 정류장을 발견하고 전남대 미술학과 후배 3명과 함께 단장한 게 계기가 됐다. 홈페이지(Cafe.daum.net/suart)를 개설하고 모임 취지를 알리자 회원들이 몰려들었다. 작업량이 많아지면서 그림을 그릴 페인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곤란을 겪게 됐는데, 다행히 지금은 광주에서 활동하는 의사 6명으로 이뤄진 후원회(대표 최태산)의 도움을 받고 있다. 또 후원회가 지난해 기증해준 9인승 승합차 덕분에 활동폭이 한층 넓어졌다.

지금까지 전남 일대 정류장 45곳을 꾸몄다. 회원 수가 늘면서 서울과 대전, 가평 모임도 생기고 있다. 시골 정류장 벽을 캔버스로 삼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전남 화순군 도암면의 한 조그만 정류장에서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이날 종일 비가 내렸다.

주걱을 이용해 지저분한 벽을 고르고 있다.

엄마를 따라온 아이가 과자를 입에 넣어주고 있다(왼쪽). 다음엔 어느 버스 정류장을 캔버스로 삼을까. 시골 마을의 정경이 푸근해진다(오른쪽).

작업이 거의 마무리가 되자 몇몇 회원이 낙숫물로 손에 묻은 페인트를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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