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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화여대 판자촌의 마지막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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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9-0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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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앞둔 대현동 56번지의 풍경… 빈민 주거지의 악순환 가져오는 개발방식은 이제 그만

▣ 사진 · 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울시 서대문구 대현동 56-40번지 전경.
서울시 서대문구 대현동 56-40번지 세입자들은 8월31일까지 집을 비우라는 계고장을 받았다.

이화여대 앞 옷가게들 사이에 있는 골목에 들어가면 그곳엔 허름한 판잣집과 가게들이 누군가의 소중한 보금자리로 자리잡고 있다. 화려한 불빛에 가려져 누추하고 허름해 보일지 몰라도, 이 철거민들에겐 다리를 펴고 누울 수 있는 세상의 마지막 공간이다.

세입자들은 “우리나라는 ‘공익’을 내세워 제멋대로 개발한다”며 “우린 개발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올바른 개발이 추진되려면 지역 주민들의 기본적인 재산권과 주거권, 영업생존권을 보장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말한다.


슬레이트와 콘크리트라는 너무나 ‘현대적인’ 재료로 짓는 판잣집은 개발의 산물이다. 이 판잣집을 고층빌딩으로 변신시키는 게 ‘발전’이라 생각하는 건 착각이 아닐까. 도시 빈민들의 주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정부의 재개발 정책은 끊임없이 새로운 집단 빈민 거주지를 만드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대현동 주민들의 마지막 여름이 무겁다.

20여년 동안 이 동네에 살아온 한 독거 노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다.

조기가 가지런히 널려 있다.

낯선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한 아이.

곧 철거될 상가.

한 아주머니가 햇고구마를 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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