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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 · 얼 · 싼 · 쓰!… 넘어지면 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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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5-0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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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옌볜 조선족자치주의 연북소학교 운동회… 우렁찬 함성으로 미래를 밝혀라

옌볜=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글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1학년 무릎감고 뛰기에 참가할 선수들은 주석대(시상대) 앞으로 모여주세요.”

지난 4월29일 오전 중국 지린성 옌볜 조선족자치주 옌지시 연북소학교. 빨간 스카프를 목에 두른 체육복 차림의 ‘병아리’들이 우르르 시상대 앞으로 모여들었다. 병아리들은 5명씩 짝을 지어 파란색 천으로 발목을 서로 묶은 뒤 앞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고 뛰기 시작했다.

연북소학교 인근의 한 마을 주민이 아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큰 북을 치고 있다.
“이! 얼! 싼! 쓰! 이얼! 싼쓰!….” 하지만 채 열 걸음을 못 가 ‘병아리 5형제’는 넘어지고 말았다. “야, 앞사람은 앞을 잘 봐야지, 그렇게 주의 안 하면 어케(어떡해)?” “연습이니까, 일 없어!”


저희들끼리 찧고 까불며 조잘대는 모습이 영락없는 병아리다. 기자가 다가가 “무릎감고 뛰기인데 왜 발목을 묶었느냐”고 묻자 가운데 여자아이가 수줍은 미소로 답했다. “일 없시요, 연습이니까….”

옌지시 하늘에 아이들의 함성이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이날 연북소학교를 비롯한 옌지 시내 10여개 초등학교가 일제히 봄맞이 운동회를 열었다. 이곳의 초등학교 봄맞이 운동회는 노동절 연휴(5월1∼7일)의 시작을 알리는 연례행사다. 우리의 옛 시골학교 운동회처럼 학부모들뿐 아니라 마을 주민 전체가 함께 어울린다.

1학년 농구공 던져 넣기 경기에서 4반 선수들이 1위로 예선을 통과하자 응원을 하던 같은 반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고 있다.

1학년 100m 달리기에 참가한 학생들이 젖먹던 힘을 다해 결승선으로 내달리고 있다.

우리 운동회에서는 볼 수 없는 제기 던지기 경기. 제기가 떨어진 곳의 숫자를 모두 합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팀이 이긴다.

5학년 무릎 감고 뛰기에 참가할 어린이들이 미리 호흡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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