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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상복으로 갈아입은 봄, 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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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3-2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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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해 연속 태풍 이어 화마에 삶의 터전 잃어버린 강원도 강릉 · 속초 주민들의 잔인한 봄

강릉 · 속초= 사진 · 글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다”며 이정자(61)씨는 상복을 입고 불에 타 무너진 집터를 둘러보고 있다.
“문에 창호지 바른 집만 모두 타버렸어요.”

아직도 매캐한 연기 냄새가 진동하는 강원도 속초시 조양동 주민들은 화마에 삶의 터전을 태워버린 뒤, 아예 상복으로 갈아입었다.

강풍에 불덩이가 강릉시 옥계면 산내2리의 양계장을 덮치는 바람에 귀농의 꿈을 함께 키우던 닭 2만 마리를 잃은 김진우(27)씨는 아예 할 말을 잃고 하얗게 질려 있었다.


두해 연속 태풍에 물난리를 당하다, 이번엔 보금자리마저 모두 잿더미가 돼버린 주민들에게 올봄은 너무나 잔인한 계절이다.

강릉시 옥계면 산계리 속칭 금단이골에서 발생한 산불에 나무가 모두 숯검댕이가 됐다.

양계장에 옮겨붙은 불에 털을 그을린 채 살아남은 닭 세 마리가 폐사한 닭 사이에 서 있다.

불에 탄 옥수수.

불에 탄 족보책.

불에 탄 사진들.

속초시 조양동에서 한 주민이 내부가 모두 타버린 집을 둘러보고 있다.

불에 탄 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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