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보복
등록 : 2000-07-26 00:00 수정 :
올 것이 왔다.
무참하게 깎여나간 산허리를 등지고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아파트들. 자연을 거스르는 개발열풍이 결국 홍수걱정 없던 경기도 용인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용인군 구성면 마북리 주민 박규장(67)씨네 논밭도 이번 장마에 흙탕물 속으로 잠겨버렸다. 마북리는 지난해 여름부터 무려 4개의 대규모 아파트촌이 한꺼번에 개발되기 시작한 곳. 오로지 땅만 부치며 살아가던 농민들이 애꿎은 자연의 보복을 뒤집어썼다. 아파트 건설업체가 피해를 보상해준다고 하지만, 박씨는 벌써부터 내년 여름이 걱정스럽다. 그래서 농군의 주름은 더 깊게 패이고,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한숨은 쉽사리 그치지 않는다.
사진·글 강창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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